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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을 구하다’라는 말은 흔히 전문가나 경험이 많은 이의 의견을 묻는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상대에게 조언을 얻기 위한 ‘자문’은 절대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자문’을 ‘조언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오해하지만, 물을 자(諮) 자와 물을 문(問) 자로 구성된 ‘자문(諮問)’은 ‘물음과 물음’ 즉, ‘질문’을 나타낸다. 국어사전에도 자문은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물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구하다’는 ‘상대편이 어떻게 하여 주기를 청하다’는 뜻의 동사다. ‘구하다’가 ‘질문’의 일종인 ‘자문’과 만나면, 자문하는 주체와 조언을 하는 주체를 맞바꾸어 정반대의 뜻이 되어 버린다. 상대에게 조언을 청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조언을 구하다’가 실제는 ‘(조언을 구하려는 상대에게) 질문을 해 주기를 청하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말은 ‘변호사에게 조언을 청했다’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변호사에게 질문을 해주기를 청했다’라는 이상한 말이다. 조언을 얻기 위해 찾은 상대에게 내가 질문해야지, 상대가 질문하기를 청한다면 절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다.
‘자문을 구하다’의 바른 표현은 ‘자문(을)하다’이다. ‘자문을 받다’라는 표현도 ‘자문에 응하다’와 같이 사용하는 것이 더 명확하다. 이왕이면 헷갈리는 ‘자문하다’, ‘자문에 응하다’ 대신 ‘조언을 구하다’, ‘도움을 받다’ 등을 사용하는 것이 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해서도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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