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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영화 '룸'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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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에 ‘닉’이라는 이름의 남자에게 납치되어 작은 방에 감금된 채 7년을 보낸 ‘조이’. 세상과 단절된 방에서의 지옥 같은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아들 ‘잭’이 있기 때문이었다. 엄마인 조이는 방과 다섯 권의 책, 텔레비전으로 보는 흐릿한 화면 만이 세상 전부인 줄 아는 잭을 지켜야만 했다.
잭의 다섯 살 생일이 지난 어느 날, 방에 전기가 끊기는 사건을 계기로 조이는 방에서의 탈출을 결심한다. 모자가 방을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은 잭뿐이었기에, 조이는 잭에게 죽은 척하는 법과 둘둘 말은 카펫에서 빠져나오는 법,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법을 연습시킨다. 그리고 엄마를 위해 무서움을 물리치고 용기를 낸 잭의 활약으로 마침내 모자는 극적인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진짜 세상으로 나온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 잊고 싶은 상처를 들쑤시는 언론과 대중의 지나친 관심, 잭을 범인의 아이라며 밀어내는 아버지, 갑자기 커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느끼는 죄책감까지. 많은 것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행복할 줄만 알았던 조이를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과연 조이와 잭은 방 밖의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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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작은 동명의 소설 ‘룸’이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난 ‘요제프 프리츨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납치, 감금, 성폭행 등의 비극적인 소재를 천진난만한 다섯 살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감으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감동 드라마를 완성했다.
가로세로 3.5m에 불과한 작은 방에서 보낸 모자의 생활을 그린 전반부는 영화와 소설이 큰 차이가 없다. 영화의 각색을 소설의 저자인 엠마 도노휴가 맡았기 때문인지, 잭의 엄마가 납치된 나이가 열일곱이 아닌 열아홉이었다는 등의 소소한 차이를 제외하면 소설과 영화는 하나인 듯 똑 닮아있다.
하지만 방 탈출 이후의 후반부가 주는 소설과 영화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소설은 자꾸 엄마의 시선으로 옮겨가는 영화와 달리 꾸준히 잭의 시선을 유지하는 데다, 영화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애절하다. -
‘룸’은 소설과 영화 모두 감동적이다. 전반부는 화면을 통해 아이가 보는 세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후반부는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 더 낫긴 하지만, 둘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듯하다.
제73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제88회 아카데미 4개 부문 노미네이트 등 세계 영화제 102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수상과 함께 해외 언론과 평단의 뜨거운 극찬 세례를 받은 '룸'은 영화와 소설, 어느 것을 봐도 좋겠지만, 이왕이면 영화를 먼저 본 후 궁금한 뒷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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