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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장 화제가 된 영화는 ‘신과 함께-죄와 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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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작은 주호민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저승편)’이다. 하지만 원작을 봤다고 해서 영화의 내용을 짐작해서는 안 된다. 영화는 원작의 배경과 인물 등 큰 흐름만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원작과 다르다. 특별히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없는 소시민 ‘김자홍’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어 ‘의인’이라 추앙받는 소방관으로 바뀌었고, 원작의 핵심 인물이었던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은 저승차사인 ‘강림’ 캐릭터와 합쳐졌다. 웹툰에서는 억울하게 죽어 원귀가 된 유성연 병장의 이야기가 김자홍의 저승 재판과 함께 교차 전개되지만, 유성연 병장을 자홍의 동생 ‘수홍’으로 설정한 영화에서는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진다.
사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영화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이룬다. 원작의 묘미를 전혀 살리지 못하다는 평과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평이다. -
원작은 근대화된 저승이라는 설정을 통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세상 풍자를 맛깔스럽게 녹여냈다. 특징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정도로 평범한 직장인 김자홍은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이렇게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보편적인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 ‘의로운 망자’로 거듭난 김자홍은 관객의 공감을 포기한 대신 이야기를 훨씬 극적으로 만들어줬으며, 고퀄리티 CG로 생생하게 살아난 저승 풍경은 풍자 대신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짧은 시간에 담기 어려운 웹툰의 방대한 이야기와 세계관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이야기를 구축한 것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하나의 요소가 아닐까 싶다. -
기본 얼개를 빼면 완전히 다른 작품인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과 웹툰 ‘신과 함께(저승편)’를 비교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영화와 웹툰은 많은 이들이 선택한 만큼 어떤 것을 봐도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한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전형적인 재미를 주는 영화보다는 웹툰을 추천한다. 한국 전통의 사후 세계관을 엿보는 것 자체도 흥미로운 데다, 근대화된 저승의 모습에 녹아있는 재치 넘치는 풍자의 향연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팍팍한 세상에 치여 녹록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소시민 김자홍이 극락으로 가기를 절로 응원하게 되는 웹툰을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가졌으면 한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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