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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 ‘어이없다’는 말이 있다. 일이 너무 뜻밖이거나 황당해 기가 막힌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어이없다’를 ‘어의없다’라고 잘못 쓰는 이들이 많다. ‘어이없다’의 ‘어이’가 무엇인지 모르기에 생긴 일이다. 도대체 ‘어이’가 무엇이길래 기가 막힌 상황에서 ‘어이없다’고 하는 걸까?
국어사전에는 ‘어이없다’와 같은 말로 ‘어처구니없다’를 소개하고 있다. 주로 ‘없다’와 함께 쓰이는 ‘어이’와 ‘어처구니’의 쓰임이나 뜻은 실제 다르지 않아, ‘어처구니’를 통해 ‘어이’의 뜻을 짐작해볼 수 있다.
‘어처구니’의 정체에 대해서는 사실 의견이 분분하다. ‘어처구니’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문헌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의 정체에 대한 주장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어처구니가 맷돌의 한 부분이라는 설이다. 어처구니가 ‘맷돌의 손잡이’라거나, ‘맷돌의 아래위를 연결해 주는 장치’ 또는 ‘맷돌의 암키와 수키가 맞물리게 하는 부분’이라는 주장은 각종 문헌과 인터넷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처구니’라고 주장되는 부분은 이렇게 다양하지만, 이들 주장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어처구니가 맷돌의 어느 부분이든 맷돌이 제 기능을 하려면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처구니는 지붕에 세우는 잡상이라는 설도 있다. 잡상은 주로 궁궐 등의 기와 위에 악귀를 쫓기 위해 세운 사람이나 동물 모양의 흙으로 된 인형이다. 잡상을 세우지 않는다고 해서 맷돌처럼 지붕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잡상은 제대로 된 지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처구니의 맷돌 설과 일맥상통한다.
국어사전에는 ‘어이’와 ‘어처구니’를 주로 ‘없다’와 함께 쓰이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진짜 어처구니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꼭 있어야 하고, 없으면 물건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