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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요양을 위해 시어머니의 고향인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염정아)은 숲속에서 무언가에 겁을 먹고 숨어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희연은 왠지 5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만, 소녀가 들어온 후 집안에는 수상한 기운이 스며든다. 어릴 때 실종된 언니의 환청을 들은 시어머니가 밤새 사라지는가 하면, 어머니를 찾으러 나간 남편마저 실종되어 돌아오지 않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불안해하는 희연 앞에 나타난 눈먼 무당은 희연에게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리는 ‘그것’을 조심하라고 경고하는데, 과연 실종된 사람들은 어디로 간 것이며 목소리로 사람을 홀린다는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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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개봉한 영화 ‘장산범’은 익숙한 소리를 흉내 내어 사람을 홀린다는 토종 괴수 장산범을 소재로 청각적 공포를 극대화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장산범 괴담은 부산 장산 등 경상남도 일대에서 전해지던 구전 설화를 각색한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회자하며 유명해진 것으로 장산범은 곱고 긴 은빛 털을 가진 범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장산범 괴담이 처음 작품화된 것은 네이버 여름 특집 릴레이 웹툰 ‘2013 전설의 고향’을 통해서다. 작가 POGO는 장산범을 소재로 한 단편 ‘장산범’을 릴레이 웹툰에 소개했고, 이후 장산범은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단편 웹툰을 영화의 원작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영화의 모티브가 됐음은 분명하다. -
웹툰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답게 영화는 개봉 전 홍보마케팅의 일환으로 작가 GAR2의 콜라보 웹툰 ‘장산범 :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를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했다. 총 8회로 제작된 웹툰은 1화 공개만으로 10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관객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았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영화 ‘장산범’은 기대에 비해 다소 실망스럽다. ‘장산범’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청각적 공포라는 부분에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와 상투적인 연출법 등이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 때문이다. 모성애로 넘기기엔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함을 안기는 희연 캐릭터 역시 영화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
그럼에도 이 영화를 한번 볼만한 이유는 한국 공포 영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산범’이라는 새로운 토종 캐릭터를 체계화했다는 데 영화는 의의가 있으며, 시각적 공포에 집중하는 여느 공포 영화와 달리 청각이라는 감각에서 기인하는 공포를 맛보게 해준다는 데도 한번은 경험해 볼 가치가 있다.
여느 공포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감각의 공포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한번 보면 어떨까? 물론 ‘장산범’이라는 존재만 궁금한 것이라면 기존에 소개된 웹툰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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