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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오페라의 유령

기사입력 2017.07.17 17:23
  • ‘오페라의 유령’ 하면 많은 이들이 뮤지컬을 떠올린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영국에서의 초연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는 금세기 최고의 성공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의 원작이 뮤지컬은 아니다. 원작은 1910년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가 발표한 소설로 뮤지컬 외에 영화, 연극, 발레, 오페라, 드라마 등 다양하게 변형되어 선보여 왔다.

  • ‘오페라의 유령’을 리메이크한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04년 개봉한 조엘 슈마허 감독의 미국 뮤지컬 영화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뉴욕 초연을 보고 한눈에 반해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는 감독은 장장 16년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각본과 음악을 맡은 영화는 역대 최고의 OST를 자랑한다. 영화가 창조해 낸 판타지는 원작 소설이나 뮤지컬 이상이다. 하지만 영화는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수려한 영상과 웅장한 스케일, 매력적인 음악 등을 자랑하는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14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때문이라기보다는 각 인물에 대한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 스토리와 구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 사진=영화 '오페라의유령' 스틸컷
    ▲ 사진=영화 '오페라의유령' 스틸컷
    강렬한 스토리의 매력을 맛보기엔 영화보단 소설이 낫다. 소설은 호기심과 긴장감, 박진감 등을 고루 선사하며 빠져나갈 수 없는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다.

    소설은 집중이 쉽지 않은 전반부와 시종일관 음울하게 흘러가는 유령의 기운이 너무 세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을 단순히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와장창 부서진 커다란 샹들리에, 얼굴을 가린 흰색 가면 등으로만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분명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뮤지컬과 영화에서 여러모로 미화되고 압축된 사건과 인물의 전말을 펼쳐놓는 소설을 확인하고 난 후에는 그동안 작품을 보고 내린 선과 악의 기준과 각 인물의 평가가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도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는 작품인 만큼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던 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이왕이면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줄 원작 소설만은 꼭 한번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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