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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밀레니엄

기사입력 2019.06.03 15:35
  • 2005년 스웨덴에서 처음 출간된 장편 추리소설 ‘밀레니엄’은 한때 밀레니엄 신드롬을 일으키며 유럽 전역을 흔들었던 초특급 베스트셀러다.

    밀레니엄은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스웨덴 재벌가의 비밀에 얽혀진 연쇄 살인 사건을 파헤치며 세상의 악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 미카엘과 리스베트의 활약이 그려지며, 2부에는 리스베트의 어린 시절과 스웨덴 정부에 얽힌 거대한 음모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대단원이자 클라이맥스인 3부에는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비밀조직의 부정부패가 낱낱이 파헤쳐진다.

  • 밀레니엄 시리즈는 독립적인 구성을 하고 있지만, 각 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리스베트의 개인사로 시작해 스웨덴 정부의 비리를 파헤치는 2부와 3부는 훨씬 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사실 소설은 시작이 그리 녹록하진 않다. 읽기도 전에 독자를 압도하는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첫 권의 3분의 2 정도까지 매우 지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반의 지루함 뒤에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만과 편견’이나 ‘파이 이야기’처럼, 이 책 역시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에게는 흔히 맛볼 수 없는 극한 쾌감과 재미를 보장한다.

    ‘눈에는 눈’이라는 직설적인 방법으로 악에 맞서는 여전사 ‘리스베트’와 예측 불가한 이야기 전개로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은 소설은 ‘다빈치 코드’와 ‘해리 포터’를 능가할 소설이라는 격찬을 받으며 인기를 얻었지만,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애초 구상됐던 10작이 완성되지 못하고 3부작만이 남겨진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 사진='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틸컷
    ▲ 사진='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틸컷

    소설은 2009년 스웨덴의 3부작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되었다. 당시 소설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6,500만 부가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었기에,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는 높기만 했다.

    낯선 스웨덴어처럼 노골적이면서 직설적인 묘사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영화는 치밀한 추리와 빠른 전개로 집중도를 높여 2시간 반의 런닝타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게 한다. 영화는 소설의 모든 것을 담아내진 못했지만, 소설의 줄거리를 잘 추려놓은 느낌으로 소설의 방대함을 극복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오히려 이것이 영화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설 속 리스베트를 완벽하게 되살렸다는 호평을 받는 ‘누미 라파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 사진='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틸컷
    ▲ 사진='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틸컷
    결코 편한 이야기는 아니기에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지만, 전례 없는 강렬함을 선사하는 ‘밀레니엄 시리즈’는 범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명작이다. 영화와 소설 모두 재미있지만, 스릴러의 백미를 맛볼 수 있는 소설만큼은 꼭 한 번 찾아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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