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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개봉한 영화 ‘봉신연의’는 동명의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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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000년경, 음란하고 치명적인 요물 ‘달기(판빙빙)’는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양가휘)’을 주술로 홀려 부와 권력을 쥐고 횡포를 일삼는다. 이에 ‘강태공(이연걸)’은 인간계에 다가오는 위협을 막을 ‘봉신계획’을 세우고, 강태공의 제자 ‘뇌진자(향좌)’는 달기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묘책인 ‘광명의 검’을 찾아 나선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자와 난세를 지키려는 자 사이의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연걸, 판빙빙, 안젤라베이비 등 중국 인기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과 8천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 영화 ‘반지의 제왕’을 이을만한 거대한 스케일 등 여러 방면에서 이슈를 만들었고, 이미 일본 만화, 게임 등으로 제작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원작소설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고, 개봉과 동시에 압도적인 흥행 1위를 달성한 중국에서와 달리 누적 관객 수 6천여 명을 기록하며 조용히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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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빈약한 스토리다. 요즘 소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원작 소설과 달리 볼거리에만 치중해 각색된 영화의 스토리는 관객들을 흡입력 있게 끌어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인기 액션 배우 이연걸의 복귀작이라는 화제를 이용한 지나친 영화 마케팅도 이연걸 팬들의 원성을 샀다. 영화 포스터와 예고편에는 이연걸이 전면 배치되어 왕년의 활약을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지만, 막상 영화 속 이연걸의 비중은 카메오라 해도 좋을 정도로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이연걸도 판빙빙도 아닌 ‘뇌진자’역의 향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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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오로지 CG만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영화 ‘봉신연의’는 소설 속 배경과 인물만 차용했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이니, 영화를 보고 소설을 판단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토리에 상관없이 거대한 스케일의 킬링타임용 판타지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도 나쁘지 않지만, 진정한 ‘봉신연의’의 묘미를 맛보려면 소설을 읽어봐야 한다. 약 500년 전에 쓰인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지루하지 않으니, 무협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겁내지 말고 도전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