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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있다면, 그곳은 과연 행복할까?
‘더 기버: 기억전달자’는 모두가 평등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다. 대파멸 이후 인류는 전쟁, 차별, 가난, 고통 없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커뮤니티’ 시스템을 선택했다. 커뮤니티는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차이를 없애고 ‘늘 같음 상태’에 있는 완벽한 세상이다. -
커뮤니티는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를 철저히 통제한다. 사람들의 행동, 언어습관, 가족 형태 등은 모두 획일화되었고, 인형, 곤충, 동물 등 기초 생활에 불필요한 것들은 사라졌다. 기아와 빈곤의 원인이 된 날씨, 인종 차별을 유발한 색깔은 물론 사람들의 감정까지 철저히 통제한 커뮤니티는 이탈자를 가려내기 위해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감시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열두 살 소년 조너스다. 모두와 같이 행복한 삶을 살던 조너스는 ‘기억보유자’의 직위를 받은 후 ‘기억전달자’와의 훈련을 통해 사물의 색깔과 진짜 모습, 기억, 감정, 선택의 자유 등을 알게 된다. 개인의 선택을 박탈하고 모든 것을 통제한 사회가 진짜 행복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된 조너스는 잊혀진 기억과 감정을 모두에게 돌려주기 위해 위험을 선택한다. -
영화의 원작은 1993년에 출간된 로이스 로리의 동명 소설 ‘기억 전달자’다. ‘완벽한 세상을 꿈꾸며 만들어낸 사회가 오히려 개인의 삶을 통제하고, 진정한 행복을 훼손하게 된다’는 메시지을 담아낸 소설은 1994년 뉴베리상과 1993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 아너상을 수상했으며, ‘1984’, ‘우리들’, ‘신세계’ 등을 잇는 디스토피아 SF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와 소설의 내용은 100% 일치하지 않는다. 결말도 다르다. 정교한 전반부에 비해 결말이 다소 허무하다는 것은 영화나 소설이나 매한가지지만, 외계에서 온 우주인이나 고도로 발달한 기계문명만이 SF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남긴다.
소설의 장점은 영화가 따라잡지 못한 세세함에 있다. 소설에서는 인물들의 심리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으며, 커뮤니티 시스템을 보다 내밀하게 표현해 작가가 그린 미래세계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짜임새 있는 전개도 소설의 매력을 높인다.
하지만 작품이 남기는 여운과 매력은 영화가 소설보다 낫다. SF와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흑백화면으로 시작해 조너스의 감정에 따라 하나씩 채색을 더 해가는 화면 구성은 어떤 대사나 장면보다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매듭짓지 않은 결말의 여운 역시 소설보다 한층 강렬하다.
용두사미의 구성으로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미래세상에 대한 상상력에서는 어떤 작품에도 뒤지지 않을 '더 기버: 기억 전달자'. 시각적 재미를 원한다면 영화를, 좀더 세밀한 놀라운 상상력의 향연을 원한다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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