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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로맨스 스릴러 소설인 ‘파리5구의 여인’은 기존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안겨준다. 작가가 즐겨 사용해 온 사랑, 상처, 배신이라는 소재에 판타지라는 새로운 요소를 덧붙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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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의 스캔들로 직장과 집에서 쫓겨난 해리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을 갖고 무작정 파리를 찾는다. 하지만 그의 파리 생활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다. 가진 돈도 별로 없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병까지 나버려 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에서 우연히 알게 된 터키인의 도움으로 그는 파리 10구의 쪽방촌과 불법 일자리를 소개받게 된다.
지저분하고 어두운 파리 뒷골목의 이야기는 작가의 전작 ‘빅 픽처’를 떠올리게 한다. 해리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가면서 스릴러의 풍모를 더해가는 소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사회로부터 고립된 한 남자의 인생역정이 펼쳐지리라 예상하게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절반을 넘어섰을 때 소설은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반전을 제시한다. 해리가 살롱에서 만난 제목 속 ‘파리5구의 여인’, 마지트의 정체가 드러나면서다. 이 반전으로 인해 이야기는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이로 인해 개인에 따른 호불호가 나뉘긴 하지만, 기발한 상상과 막힘 없이 읽혀나가는 가독성은 여전해 읽는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
소설 ‘파리5구의 여인’은 2013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원작자인 더글라스 케네디가 직접 각본을 맡고, 영국 아카데미 신입감독상을 받으며 천재 감독으로 떠오른 파벨 파블리코브스키가 연출을 맡았으며, 에단 호크,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등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많은 관심과 화제를 모았다.
영화 ‘파리5구의 여인’은 장르적 특성을 십분 살리기 위해 인물 설정이나 에피소드 등을 변경하는 등 소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공들여 만들었지만, 파리 뒷골목의 우울함과 스산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영상미 외에 남는 것은 없다. 사건마다 촘촘한 돌을 놓아 연결고리를 만드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지나치게 생략되어 무엇 하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파리5구의 여인’은 단연 소설이 영화보다 낫다.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의 이름을 보고 작품을 선택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단, 소설도 작가의 전작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염두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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