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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미 비포 유

기사입력 2016.11.01 15:09
  • 불의의 사고로 목 아래쪽으로는 손가락만 겨우 움직이는 처지가 된 윌 트레이너는 하루하루가 절망의 연속이다. 부유하고 능력 있고 잘 생긴 청년으로 누구보다 활동적인 삶을 살아온 그에게 타인의 도움 없이는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지금의 삶은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존엄사를 결심한 그는 부모님의 애원 때문에 6개월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렇게 마지막 날을 기다리던 그 앞에 괴상한 옷차림을 한 새로운 간병인, 루이자가 나타났다.

  • 소설 ‘미 비포 유’는 하루아침에 사지마비환자가 되어 존엄사를 결정한 남자와 그를 돌보기 위해 6개월 임시 간병인으로 고용된 여자의 로맨스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필력으로 가볍게 질주하는 이야기는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재미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과는 차이가 있다. 장애를 가진 남자와 순수함을 간직한 여자의 사랑이라는 특별할 것 없는 로맨스 속에 존엄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하루아침에 다른 삶을 살게 된 윌의 현실적인 절망, 어려움, 고통을 통해 삶에 대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던져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죽음이 행복일 수 있다는 역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2013년 출간된 소설은 영국, 독일 등지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존엄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은 2016년 동명의 영화 ‘미 비포 유’로 제작되었다.

  • 사진=영화 스틸컷
    ▲ 사진=영화 스틸컷
    영화는 소설 못지않게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했으나, 소설보다 아쉬운 점이 많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모자랐던 것인지, 영화는 윌과 루이자의 로맨스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사지마비환자의 6개월 임시 간병인에서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돌리려는 여인의 고군분투로 변해가는 소설은 보는 이를 절로 미소 짓게 하고, 자연스레 루이자가 존엄사를 결심한 윌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를 응원하게 한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반면 각 사건 뒤에 숨겨진 사연과 인물들의 고민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영화는 윌과 루이자의 사랑이 다소 뜬금없어 보이게 한다. 7년간 만난 애인을 버리고 윌을 선택한 루이자를 앙큼한 양다리녀로 오해하게 하고, 사지마비환자가 된 윌의 절망이나 어려움도 잘 나타나지 않아 존엄사에 대한 윌의 생각과 결심에도 쉽게 공감할 수 없게 한다.

    ‘미 비포 유’는 재미와 감동 모두 소설이 영화보다 단연 뛰어나다. 마음 깊숙한 곳까지 부드럽게 감싸주는 영화 OST가 꽤 멋지긴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작품의 재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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