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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덜 나다’는 어떤 일을 그르치거나 몹시 쪼들려 밑천이 드러나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말로, ‘일이 거덜 나다’, ‘노름으로 살림이 거덜 나다’ 등과 같이 사용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거덜’은 재산이나 살림 같은 것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는 것, 옷이나 신 같은 것이 다 닳아 떨어지는 것, 하려던 일이 여지없이 결딴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도대체 ‘거덜’이 무엇이길래 이런 뜻을 갖게 된 것일까?
거덜의 기원은 조선 시대로 올라간다. 조선 시대에는 가마나 말을 맡아보는 ‘사복시(司僕寺)’라는 관청이 있었는데, 사복시에서 말을 돌보고 관리하는 일을 맡아 하던 종이 바로 ‘거덜’이었다.
거덜의 일 중 하나는 고위 관리나 궁중 행차 시 앞길을 틔우는 것이었다. 거덜은 말을 타고 행차를 따라가며 “어이, 물렀거라. 상감마마 행차시다.”와 같은 권마성(말이나 가마가 지나갈 때 위세를 더하기 위해 하인이 목청을 길게 빼어 부르는 소리)을 외쳤는데, 마치 자신이 귀족이라도 된 듯 팔을 휘휘 저으며 우쭐거리는 모습이 매우 우스꽝스러웠다.
사람들은 거덜이 우쭐거리며 몸을 흔드느라 힘을 모두 빼는 것을 빗대어 ‘거덜 나다’라고 하게 되었다. 또, 실제로는 별 볼 일 없으면서 남의 권세에 기대 우쭐거리는 거덜의 허세를 꼬집어 ‘거덜 거리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시간이 지나며 ‘거들먹거리다’로 변하게 되었다. ‘거들먹거리다’는 지금까지 신이 나서 잘난 체하며 함부로 거만하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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