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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우리말] ‘오쟁이 지다’가 불륜을 뜻하게 된 사연은?

기사입력 2017.11.01 09:59
  • 물건을 담은 오쟁이/사진=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
    ▲ 물건을 담은 오쟁이/사진=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
    ‘오쟁이 지다’라는 말이 있다. '자기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다’라는 뜻의 말이다.

    ‘오쟁이’는 짚을 엮어 만든 작은 바구니다. 짚으로 만든 바구니를 지는 것이 불륜을 뜻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그 이유를 유추하곤 한다.

    그 하나는 연대 미상의 한문 소담집인 부묵자의 ‘파수록(破睡錄)’에 담긴 이야기다.

    옛날 어리석은 남편이 있었는데, 그 아내는 이웃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부부가 밭을 매고 있는데, 아내와 불륜 관계인 이웃 남자가 찾아와 “어찌 밭에서 방사하느냐”며 호통쳤다. 어리둥절한 남편이 그런 일이 없다고 했더니, 이웃 남자는 남편에게 자신이 선 곳에서 오쟁이를 지고 보라고 했다. 남편이 이웃 남자의 말대로 밭둑으로 나가 오쟁이를 지고 서자, 이웃 남자는 밭에서 아내와 간통했다. 이것을 본 남편은 웃으며 과연 그대의 말이 틀림없다고 했는데, 이후 남자의 어리석음을 빗대 남에게 아내를 빼앗기는 것을 ‘오쟁이 지다’라고 하게 되었다.

    소설가이자 신화학자인 이윤기는 그의 저서 그리스로마신화에 ‘오쟁이 지다’의 또 다른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오쟁이 지다’의 원말은 ‘삼씨 오쟁이를 지다’인데, 짚으로 만든 바구니에 알갱이가 작기로 유명한 삼씨를 넣으면 줄줄 흘러 오쟁이에 무엇이 들었는지 다른 사람이 다 알게 되므로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음’을 나타낸다.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고 살던 옛날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처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삼씨를 넣은 오쟁이처럼 금세 들통날 수 밖에 없는 큰 사건이기에, 제 처가 바람났음을 남들은 다 아는데 자신만 몰라 웃음거리가 되는 사람을 빗대어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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