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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고령화 가족

기사입력 2016.01.26 15:51
  •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은 평균 나이 49세의 자식들이 엄마 집에 다시 모여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영화감독이지만 데뷔 영화의 흥행 참패 후 십 년 넘게 충무로 한량으로 지내던 오십 줄의 늙다리 ‘나’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보상금으로 받은 돈을 사업한다고 다 날린 후 집에서 엄마 집에 얹혀사는 백수 형 ‘오함마’, 바람피우다 두 번째 남편에게 이혼당한 뒤 딸을 데리고 들어온 여동생 ‘미연’까지 이들 삼 남매는 몇십 년 만에 엄마 집으로 돌아와 복닥복닥 한살림을 시작한다. 누가 보더라도 문제 많은 삼 남매의 동거로 엄마 집은 매일같이 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엄마는 문제 많은 삼 남매를 한결같이 보듬어 끌어 앉을 뿐이다.

  •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지금껏 ‘나’만 모르고 있던 가족의 과거사와 각자 감춰두고 있던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심화한다. 그리고 좌충우돌 사건 속에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고령화 가족’은 등장인물만큼 꽤 독특한 소설이다. 비주류에 지질함으로 무장한 이들 가족은 좀 거칠긴 해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고, 절대 편하지는 않지만, 꽤 재미있게 읽혀간다. 뻔하지 않은 ‘가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남기는 것도 소설의 장점이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소설 ‘고령화 가족’은 2013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자식들의 평균 나이 49세에서 가족 전체의 평균나이 47세로 어려지긴 했지만, 영화는 소설에 꽤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특히 거구의 백수 형 ‘한모’ 역을 맡은 윤제문은 책 속 인물이 바로 빠져나온 듯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영화는 소설 못지않게 막장으로 무장되어 있다. 텍스트로 읽었던 가족들이 화면으로 재현된 모습은 오히려 더 충격적이어서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이 극단적 프로필의 가족이 벌이는 행보는 꽤 유쾌하다. 그저 둘러서 먹는 한 끼 밥과 같은 것이 바로 ‘가족’이라며 ‘가족’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도 영화를 여느 가족영화와는 차별화하는 매력요소다.

    재미와 완성도를 따진다면 ‘고령화 가족’은 영화보다는 소설이 분명 우위에 있지만, 절묘한 캐스팅으로 재미를 한껏 살린 영화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단, 막장에 단련되어 있지 않다면 영화는 피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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