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 글/정문주 그림 | 한겨레아이들
독서의 계절 가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한 ‘11월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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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가더라도 콘도미니엄에 숙박하기를 원한다. 숙소에 텔레비전이 있어야 하고 밤에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는 가스레인지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도시는 풍요로움과 편리함, 농촌은 빈곤함과 불편함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이런 세태 속에서 가족은 나의 풍요와 편리를 지켜주는 울타리 이상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풍요와 편리가 사라졌을 때 순식간에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을 우리 는 자주 목격한다.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이 왜 물질적 가치보다 더 소중할까?’, ‘혈연과 혼인, 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의미를 좀 더 넓은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대해 볼 수는 없을까?’라는 물음에 이 작품은 답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서연이가 여름방학을 맞아 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푸실 마을로 내려간다. 서연이의 아버지는 할머니의 결혼 반대로 공사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돌아가시고, 서현이의 엄마는 아들을 잡아먹었다고 구박하는 할머니에게 쫓겨나 궂은일을 하며 생계를 어렵게 이어가며 서현이와 살고 있다. 그러던 중 푸실 마을에 골프장 건설이 진행되면서 할머니가 가진 땅을 팔면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엄마의 기대를 안고 할머니와 함께 살갑게 지내면서 땅을 팔도록 하는 임무를 띠고 시골로 내려간 것이다. 하지만 서현이는 음식을 잘하지만 가끔 간을 짜게 해서 붙여진 별명, 짜구 할머니가 베푸는 애틋한 정에 이끌려 할머니가 소중하게 여겨지면서, 엄마를 위하는 일이 할머니를 괴롭히는 일이 된다는 사실에 갈등하게 된다. 할머니의 고향 집은 할머니에게 서현이의 할아버지, 아빠, 그리고 서현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가족의 산 역사임을 알게 된 서현이는 결국 할머니와 살면서 할머니와 엄마 사이의 끊어진 가족의 끈을 잇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시골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물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삶보다 가족 간의 관계 회복과 이웃, 마을 공동체의 유대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가 여기를 지키고 있어야 네가 비빌 언덕이 생긴단 말이제.”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에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족은 누군가가 기댈 수 있은 언덕이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은 나한테도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게 된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수석교사)
- 편집= 김정아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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