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11월 읽을만한 책] '자기 결정',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아 설정

기사입력 2015.11.12 15:39
페터 비에리 저/문항심 역 | 은행나무
독서의 계절 가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한 ‘11월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 행복이 어떤 내용의 행복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말초적 감각과 동물적 욕구의 만족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인간적 행복이라면 그것은 존엄한 삶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존엄한 삶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가이자 철학교수인 페터 비에리는 ‘내가 결정하는 삶’이 바로 존엄한 삶이자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결정하는 삶이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되는 삶이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이상과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도 달라 괴롭다면, 그 괴로움의 근원인 욕구를 찾아 그것이 진정 나의 욕구인지 아니면 사회적·언어적 관습에 의해 물든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기억이 아니라 이해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기억은 수동적이지만 이해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 소망, 감정, 기억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자기 결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까? 비에리는 문학작품을 읽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삶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소설과 같은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문학적 글쓰기는 말이 가지는 원래의 의미와 시적 힘을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해 내적 거리를 둘 수 있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며 오히려 독립적인 정신적 정체성으로 되받아칠 수 있게 된다. 또한 소리 없이 타자의 조종을 꿰뚫어보고 차별화된 자신의 자아상을 만들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선택한 언어의 틀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전시키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친밀감과 낯섦에 대해서도 스스로 주체적으로 설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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