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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吐魯番)은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약 180㎞ 동남쪽 사막 가운데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이다. 화주(火州)라도 불릴 만큼 뜨거운 곳, 햇볕이 피부에 꽂히는 곳, 7, 8월 한낮의 기온이 42℃ 이상인 곳이 바로 투루판이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투루판에서 용광로와도 같은 곳이 있으니 바로 훠얜산(火焰山)이다. 뜨거운 태양의 작열하는 한낮이 되면 훠얜산 지표면의 온도는 최고 90℃까지 올라간다. 달걀을 익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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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얜산은 하나의 산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동서로 길게 100㎞나 늘어서 있는 산들을 다 이르는 말이다. 산들의 평균 높이는 해발 500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폭은 10㎞에 이르고 있다. 붉은 돌가루로 되어 있고 표면에는 많은 주름이 나타나 있다. 그래서 츠스산(赤石山)이라고도 한다. 약 1억 년 전에 해저에서 돌출하고 지층 운동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독특하게 주름진 모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훠얜산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바로 명나라 때 오승은(吳承恩)의 소설 《서유기(西遊記)》를 통해서이다. 손오공(孫悟空)이 철산공주(鐵扇公主)와 싸우던 이야기의 배경이 바로 훠얜산이다. 그리고 신라의 혜초가 불경을 구해 돌아오는 모습이 아지랑이 사이로 보이는 듯하다. -
훠얜산! 아마 신라의 혜초(慧超)도 이곳을 지났으리라. 사막 한 가운데 그저 민둥산일 뿐 풀 한 포기조차 생존할 수 없는 황량한 곳. 사막 가운데 서서 몇 천 년을 외롭게 서있었을 산. 그에게도 친구가 있다면 그것은 태양과 바람이리라. 해가 뜨고 사막의 태양이 그를 비추면 황토 빛 산은 태양의 애무를 받아 몸이 온통 빨갛게 변하여 글자 그대로 훠얜산, 불덩이가 되고 만다. 그리고 숨 가쁘게 달아오른 온 몸을 식혀줄 바람만이 그와 함께 살고 있다. 이 험난한 길을 두 다리에 의지하여 한낮의 불볕을 온 몸으로 받아가며 한 걸음씩 옮겨갔을 불심이 새삼 위대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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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루판에는 높은 원주형(圓柱形) 탑이 은은한 흙색으로 신비한 자태를 뽐내는, 투루판을 상징하는 탑이 있다. 이 탑에도 소수민족의 애환이 서린 역사가 숨어 있다.
17세기 중엽 만족(滿族)이 세운 청(淸)나라가 북경에 입성할 때, 서역에서는 몽고족 준가르(準噶儿) 세력이 천산 이북지역의 각 민족을 통일하고 준가르한국(準噶儿汗國)을 건립하였다. 강력해진 준가르가 청에 대항하자, 청은 중원을 접수한 후 안정적인 기초위에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하여 준가르를 평정하고자 하였다. -
마침내 1720년 청나라 군대가 천산 이북의 준가르를 평정하기 위한 전초 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서역으로 출병하였다. 청이 서역을 평정하기 위해서는 서역의 관문이자 후방 보급기지가 될 투루판을 먼저 점령해야 했다. 당시 투루판은 준가르의 세력권 안에 있었는데 청의 군대가 투루판에 다가오자 웨이우얼족 군인 어민호자(額敏和卓, Emin Hoja)가 청에 귀순하여 손쉽게 투루판을 점령할 수 있었다. 어민호자는 그 공을 인정받아 1756년 보국공(輔國公)으로 봉해지고, 1760년에는 투루판 군왕(郡王)이 된다. 어민호자의 아들 쑤라이만도 청의 건륭제로부터 왕권과 종교권을 모두 인정받은, 투루판을 통치하는 실질적 권한을 위임받았다.
1778년 쑤라이만은 알라신에게 감사하고 건륭의 은혜와 선친 어민호자의 은혜에 보답하는 의미로 은 7천량을 투자하여 이 탑을 지었다. 그래서 이탑의 이름을 쑤라이만이 지은 탑이라는 뜻에서 쑤꽁타(蘇公塔)라고 하였다. 또한 쑤라이만의 아버지 어민호자를 기념하는 탑이라고 하여 어민타(額敏塔), 투루판에 있는 탑이라는 뜻에서 투루판타(吐魯番塔)라고도 한다. -
이 탑은 아래에서부터 위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기다란 종모양의 탑이다. 밑면의 지름이 10m, 높이가 44m에 이르는, 신강 지역에서 가장 높은 탑이다. 흙으로 만든 벽돌을 햇빛에 말려 탈색된 것 같은, 흙색과 회색의 중간색인 벽돌로 쌓았다. 쑤꽁타의 특징은 벽돌로 쌓는 방법을 발전시켜 탑신을 마름모형 무늬, 물결무늬, 비스듬한 격자무늬, 꽃잎이 6장인 꽃무늬 등 모두 15종류의 다양한 기하학 무늬로 장식하여 신비감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유일한 모양의 탑이라는 것도 유명세를 더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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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안으로 들어가면 햇빛이 잘 든다는 사실에 놀란다. 각종 무늬의 구멍이 바로 창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높이와 각도에 따라 무늬와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채광에 더욱 효과적이다. 탑의 꼭대기 아치형 누각에서는 창문 역할을 하는 격자무늬를 통해 밖을 조망할 수 있다. 발아래로 펼쳐진 포도밭, 설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 흙으로 지은 단층집 등 투루판의 전경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면 태양빛에 붉게 반사되는 훠얜산과 하얀 눈 모자를 쓴 천산의 봉우리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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