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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秋分)은 양력 9월 23일 무렵으로 여름과 가을의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날이다. 추분이 지나면 밤이 점차 길어져 가을이 왔음을 체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추분이 되면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가 땅속으로 숨어들며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또 태풍이 부는 때이기도 하다. 추분 즈음 농촌은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와 고추를 따서 말리는 등 가을걷이로 분주해진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 등도 이때 거두고 산채를 말려 묵나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고려 시대부터 추분에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다. 인간의 장수를 담당한다는 노인성에 지내는 국가 단위의 제의다.
노인성은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은 별인 카노푸스(Canopus, 남극성)인데, 이 별은 남반구 별자리로 남쪽 해안이나 제주도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별로 노인성이 나타나면 백관이 왕에게 축하를 올렸다고 한다. 노인성이 나타나면 세상이 태평해지고 군왕이 장수하지만, 노인성이 보이지 않으면 군주가 위험하고 전쟁이 일어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노인성을 장수를 가져다주는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 외에 추분에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 해 대풍이 든다고 여겼으며, 추분이 지신(地神)에게 제사를 드리는 날인 사일(社日)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또 바람이 북서쪽이나 남동쪽에서 불어오면 다음 해에 큰바람이 있고, 북쪽에서 불어오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생각했으며, 비가 적게 내리면 길하고 개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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