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사진이 있는 에세이]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죠"

기사입력 2015.04.20 18:12
  • 유럽여행을 하면서 먹는 것으로 고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햄버거,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를 서양식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한달 내내 얼마든지 서양식으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여행동안 입맛이 맞지 않는다던지 먹을 음식이 없었다던지 해서 크게 고생한적은 없었지만, 여행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식에 대한 갈망은 커져만 갔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조식이 제공되는 호텔을 최대한 활용했고, 대형 슈퍼를 찾아가서 식빵 혹은 바게뜨 빵을 다량 구매한 뒤 슬라이스 햄과 치즈를 한 묶음씩 사서 5~6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그리고 2~3일의 한 끼 정도는 고생한 우리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그 지역에 비싼 맛집을 가서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 하지만 빵만 있어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던 우리의 자신만만한 모습은 사라지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밥을 찾기 시작했다. 밥이 너무나 먹고 싶었다. 물론 빵만 먹어도 크게 무리없이 여행을 즐기고는 있었지만 '아, 밥이 너무 먹고싶다.'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 속을 맴돌았다. 느끼하기만 한 치즈는 그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무심코 마주친 차이니즈 음식점에서 우리는 드디어 볶음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 얼마나 행복하던지!

  • 그러나 진짜는 스위스에서 만났다. 스위스에서는 한인민박집에 머물렀는데 그 곳에서는 한식을 팔았던 것이다. 솔직히 비싸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문제되지 않았다. 인터라켄의 그 한인민박 집에서(그 후 5년 뒤에 다시 찾아간 그 곳에 여전히 그 민밥집이 있었다.) 우리는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육개장과 된장찌개. 우리는 말없이 먹기만 했다. 그릇보다 더 높이 밥을 쌓아주셨는데, 전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몇 분 뒤 배가 부른 뒤 정신을 차려보니, 정말 국물 한방울 남지 않고 싹 비운 그릇들만 눈에 들어왔다.

  •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