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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이 현실이 된다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어느 날 우연히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열 일곱 살 소녀 마코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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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타임리프라고 불리는 능력이 생겨 학교 성적도 좋아지고, 지각도 안 하고, 툭하면 저지르던 실수도 줄일 수 있게 된 마코토. 마코토는 잘못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을 과거로 돌아가 감쪽같이 없앨 수 있게 되어 신나는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마코토에게는 큰 고민이 생기는데, 한 번도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던 단짝 친구 치아키가 갑자기 고백은 해 온 것이다. 치아키와의 어색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코토는 치아키가 고백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사건은 엉뚱하게 돌아가고 시간을 되돌리기를 반복할수록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단짝 친구인 고스케가 마코토를 대신해 사고를 당하게 되고, 타임리프를 사용하려는 순간 마코토는 자신에게 주어진 타임리프 횟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타임리프를 할 수 있는 횟수는 단 몇 번. 마코토는 타임리프로 엉망이 된 상황들을 되돌릴 수 있을까? -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잇는 차세대 유망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호소나 미루노 감독의 작품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제30회 일본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최우수작품상, 제39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최우수 장편애니메이션 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일본과 국내에서 각각 20만, 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신화를 이뤄냈다.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에 소녀의 풋풋하고 애틋한 감성의 잘 버무린 애니메이션은 흥미진진함을 더해가는 중반 이후부터가 더 볼만하다. 조금 촌스러운 듯한 첫인상과는 달리 보다 보면 푹 빠져드는 매력을 가진 영화는 명실공히 감성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원작은 일본 대표 SF소설 작가인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 소설로, 1965년 처음 발표된 이래 소설, 드라마, 영화, 만화책, 애니메이션 등으로 수차례 리메이크 되어왔다. 무려 5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기발하고 논리 정연한 상상의 세계는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난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식의 전개로 일관하는 소설은 영화에 비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고 아동용 동화의 느낌이 강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 원작이 궁금해질 때 찾아봐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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