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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기사입력 2019.04.22 14:54
  • 많은 이들이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꿈꾼다. 그리고 별 탈 없이 돌아가는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계장을 뛰쳐나온 암탉 ‘잎싹’의 모험을 통해 이와 같은 삶에 대한 원초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주는 대로 먹고 알만 쑥쑥 낳으면 걱정할 것 없는 양계장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암탉다운 삶을 꿈꾸던 암탉 ‘잎싹’은 꿈을 좇아 양계장을 탈출한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은 잎싹 앞에 닥친 현실은 냉혹하다.

    양계장 생활에 길들여진 잎싹에게는 먹이를 구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윤기나던 털은 다 빠져버리고 몸은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만 간다. 마당 동물들은 양계장 닭인 잎싹에게 적대적이고, 마당 밖에는 족제비 등이 목숨을 위협한다. 양계장 암탉들이 잎싹을 본다면 이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잎싹은 절망하지 않고 야생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청둥오리의 알을 품어 부화에 성공한다.

    한낱 양계장 암탉에 불과했던 잎싹이 청둥오리의 어미로 거듭나는 과정은 꽤 감동적이다. 종을 뛰어넘는 새끼에 대한 사랑, 족제비와의 혈투 등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만, 안타깝게도 잎싹은 새끼 청둥오리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남지 못한다. 새끼 청둥오리를 위해 족제비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며 최후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잎싹의 조건 없는 사랑과 감동을 보여주는 이 부분은 눈물샘을 최고로 자극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지만, 절대 암울하지 않다. 잎싹의 최후를 통해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 잎싹은 족제비 역시 자신과 다름없이 새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잎싹은 자신이 죽음으로써 숲의 생명이 계속될 것이고, 고통스럽지만 이것이 자신이 원했던 진정한 암탉이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모성애와 삶의 의미 등 심오한 주제와 가슴 먹먹한 감동을 담은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초판 발행 후 11년 만에 한국 아동문학 사상 최초로 판매 100만 부를 넘긴 생존 작가 작품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아동문학으로 시작했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큰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은 2011년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고, 같은 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 영화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비상’ ‘너무 감동적이었다’와 같은 극찬과 ‘완전 재미없다’ ‘더빙의 실패’ 등의 혹평으로 양극화되었다. 비주얼 적으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구현했지만, 스토리 전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원작의 감동은 그럭저럭 살려냈지만, 뚝뚝 끊기는 흐름과 따로 노는 유머 덕에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영화보다는 원작을 추천하는 ‘마당을 나온 암탉’. 영화를 선택한다면 원작과 꼭 같이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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