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심풀이 소극장]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안녕, 나의 청춘!

기사입력 2015.03.25 15:55
  • 그때 내가 먼저 미안하다 말했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첫사랑은 먹다 만 사과 같다. 새빨갛고 탐스러운 것을 한 입 베어 물 때면 새콤달콤한 맛이 온 입에 퍼지지만, 이내 색이 바래고 만다. 실수투성이다. 지나고 보면 왜 그때 그대로 놔뒀을까 아쉬움만 남는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주인공 커징텅(가진동 분)과 션자이(천옌시 분)도 그랬다.

  • 서로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가게 된 커징텅과 션자이.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 서로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가게 된 커징텅과 션자이. 커징텅은 션자이에게 "다른 남자에게 눈길 많이 주지 마"라고 당부한다. 어떠한 계산도 없는, 솔직하고 우직한 커징텅의 애정표현이 미소를 짓게 한다.


    "신입생 환영회 때 춤은 추지 마"
    "왜?"
    "다른 남자 손 잡으면 되겠어? 나도 아직 못 잡았는데"

    휴대폰이 없던 시절, 커징텅은 매일 밤 기숙사 공중전화에서 션자이에게 전화를 건다. 이 짧은 통화를 위해 때로는 식비까지 몽땅 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를 좋아하니까.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대답은 듣고 싶지 않다. 혹시라도 거절하면 더 이상 그녀를 좋아할 수 없을 테니까. 그냥 계속 션자이를 좋아하고 싶다.

    션자이도 그런 커징텅이 좋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알고보면 자신은 지저분하고 짜증도 많이 내는 별로인 사람인데, 커징텅이 좋아한다는 게 이상하다. 그는 아마 상상 속의 모습을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말한다. 막상 둘이 하나가 되고나면 많은 느낌이 사라지고 없다고. 그래서 커징텅이 오래도록 좋아하게 놔두고 싶다.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청춘에 바치는 작품이다. 영화는 구파도 감독의 모교인 징청고교에서 촬영됐으며, 남자 주인공 커징텅 역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로 실화가 바탕이다.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청춘에 바치는 작품이다. 영화는 구파도 감독의 모교인 징청고교에서 촬영됐으며, 남자 주인공 커징텅 역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로 실화가 바탕이다.
    커징텅과 션자이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문제아인 남학생과 모범생인 여학생. 절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던 둘은, 선생님의 지시로 커징텅이 션자이의 특별 관리를 받게 되면서부터 가까워진다. 션자이는 커징텅에게 매일 숙제를 내주고 커징텅은 투덜거리면서도 그녀가 시키는 대로 공부를 한다. 뒷자리에 앉은 션자이가 앞자리 커징텅의 등을 볼펜으로 쿡 찌르는 것이 이들만의 신호다. 불 꺼진 학교에 남아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시험을 앞두고 내기를 하고, 선생님께 대들다 단체로 복도에 나가 벌을 선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속에는 그 시절, 그 때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화는 누구나의 마음 한켠에 고이 놓여있는 청춘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 션자이 역을 맡은 천옌시(사진 아래)는 30살의 나이에 교복을 입고 여고생을 연기했다. 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대만 외에도 중화권 전체에서 흥행하며 그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들어주었다. 위 사진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건축학개론'의 수지.
    ▲ 션자이 역을 맡은 천옌시(사진 아래)는 30살의 나이에 교복을 입고 여고생을 연기했다. 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대만 외에도 중화권 전체에서 흥행하며 그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들어주었다. 위 사진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건축학개론'의 수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국내에서 '건축학개론'이 한바탕 첫사랑 열풍을 일으킨 뒤 개봉하는 바람에 '대만판 건축학개론'으로 소개됐다. 두 작품 모두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두 여주인공 역시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단번에 ‘첫사랑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첫사랑이라는 소재만 같을 뿐, 두 영화의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건축학개론’이 첫사랑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첫사랑의 미성숙함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 두 영화의 차이는 결말로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는데, ‘건축학개론’의 남자 주인공은 첫사랑의 추억을 과거로 보낸 뒤 그 감정을 마무리 짓지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남자 주인공은 첫사랑의 감정을 품은 채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 커징텅과 션자이는 함께 풍등을 날리며 '계속 좋아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지만, 결국 그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 커징텅과 션자이는 함께 풍등을 날리며 '계속 좋아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지만, 결국 그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에 첫사랑이라 부른다 했던가. 커징텅과 션자이는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그리고 커징텅은 결국 션자이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만다. 동갑내기였지만 커징텅은 너무 유치했고 션자이는 너무 성숙했다. 그리고 십여 년 후, 커징텅은 션자이의 결혼식장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결혼 축하해, 나의 청춘"

    이 봄, 잊고 살았던 첫사랑의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자.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커징텅의 독백처럼, 그 시절의 우리를 추억하며 인사를 건네보자.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