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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렬한 태양이었다. 오스트리아 빈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한 여름의 태양은 너무 뜨거워서 하루종일 호텔에 있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소중한 하루를 버릴 수 없는 노릇. 마치 용광로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지만, '클림트의 키스'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벨베데레궁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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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걷기만 해도 탈진할 지경이었다. 궁 앞 정원의 꽃들은 알록달록 예뻤고, 잔디와 나무들이 단정하게 잘 꾸며져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진은 찍어야 할 것 같아서, 탈진한 모습을 담자며 잔디밭에 드러누워 재빨리 사진 한 장을 찍고 그늘 밑으로 뛰어 들어갔다.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열어보고 '아 이렇게 잘 꾸며져 있었구나.' 하고 사진을 통해서 자세히 봤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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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당황했던 것은 정원 가운데 있었던 벤치였다.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벤치로 뛰어갔는데, 딱 벤치 위로만 나무가 없어 강렬한 태양빛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최대한 포즈를 취하고 먼 발치서 타이머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지만, 옷 속으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난 후에는 또 다른 그늘을 찾아 달려갔다.
클림트의 키스? 나는 태양과 키스하고 온 기분이었다.
- 글,사진=정신영 shino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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