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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숨겨놓은 자식 하나 없으면 허전한 건 아빠 아닌 엄마!

기사입력 2015.01.08 17:11
  •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에도 트렌드가 있다.

    과거 출생의 비밀은 대부분 아빠의 실수로 인한 것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인품의 점잖은 아버지라도 밖에서 낳은 자식 하나씩은 옵션인양 딸려있을 정도로 과거 드라마에서 남자의 외도나 혼외자식은 흔하게 등장했다. 드라마를 보다 남편 옆구리를 찌르며 “당신은 나 몰래 낳은 아들 없어?”라고 물어본 아내가 어디 한둘이었겠는가.

    엄마의 숨겨진 자식은 아빠보다 훨씬 복잡한 설정이 필요하다. 하룻밤 만에 본인이 모르는 자식이 생겼다고 주장할 수 있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열 달을 고생하고 출산의 고통을 겪은 후에야 자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엄마에게는 아빠처럼 나도 모르는 자식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드라마에는 아빠가 아닌 엄마의 숨겨진 자식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2005년 전국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린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이후로 엄마의 숨겨진 자식은 점점 증가하더니 최근에는 아빠의 숨겨진 자식보다 출연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 KBS1 일일드라마 ‘당신만이 내 사랑(2014~방영 중)’
    에서 송도원(한채아 분)은 지수연(이효춘 분)의 숨겨진 딸이다. 수연은 젊은 시절 덕구(강남길 분)와 결혼해 도원을 낳았지만, 덕구가 전 재산을 잃게 되자 남편과 딸을 버리고 나왔던 것. 부잣집 식모살이를 하다 그 집 아들인 제일(이영하)의 아이를 가져 결혼까지 하고, 제일의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고 살아온 수연은 최근 친딸인 도원과 자신의 관계가 들통 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2014~방영 중)’
    의 고연화(장미희 분)에게도 결혼 전 낳은 아들이 있다. 연화의 친정엄마인 필순(반효정 분)은 연화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이를 연화 몰래 갖다 버렸던 것. 연화가 낳은 아이는 연화의 남편인 영국(박상원 분)과 애정 전선을 그리고 있는 시내(이미숙 분)의 막내아들 차돌(이장우 분)로 추정되고 있다.
  • 지난 11월 종료한
    KBS2 드라마 ‘뻐꾸기 둥지(2014)’
    는 엄마들의 과거에 정점을 찍었다. 친오빠를 죽음으로 내몬 여자(장서희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리모(이채영 분)를 자처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죽은 오빠와 연희(장서희 분)의 딸인 줄 알았던 소라가 화영(이채영 분)의 친딸로 밝혀지는 장면. 대리모, 난자 바꿔치기, 혼전 출산 등 출생의 비밀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소재를 등장시킨 뻐꾸기 둥지는 그야말로 출생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였다.
  •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2014)’
    에서는 연민정(이유리 분)이 낳고 장보리(오연서 분)가 키운 딸 비단이가 극의 갈등을 이끌어냈고,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2013~2014)’
    에서 기승냥(하지원 분)은 타환(지창욱)의 후궁이 되기 전 왕유(주진모 분)의 아이를 낳았다. 승냥이 낳은 후 잃어버린 아이는 이후 타나실리(백진희 분)의 양아들이 되어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 이 외에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2013)’
    에서 이순신(아이유 분)은 톱스타 송미령(이미숙 분)의 숨겨진 딸이었고,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2010~2011)’
    에서는 나영(신은경 분)이 애지중지 키운 아들 민재(유승호 분)와 연인이 된 인기(서우 분)가 나영의 친딸로 밝혀지며 시청자들을 기암 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드라마 속 엄마의 숨겨진 자식이 많아진 것은 너무 많은 출생의 비밀 중 그나마 신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처럼 남발된 엄마의 숨겨진 자식은 이제 다른 소재들처럼 식상해져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을 좇아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드라마는 앞으로 또 어떤 카드를 내밀 수 있을까? 이제는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출생의 비밀이 아닌 새로운 소재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드라마가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