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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어버렸다. 아버지는 엄마보다 앞서 걷던 오랜 습관 때문에, 전철이 출발하고 나서야 뒤따라 오던 엄마가 전철에 타지 못한 것을 알았다고 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서울역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는 갑작스런 엄마의 실종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들은 신문광고를 내고, 전단지를 돌리며 엄마를 찾아 나선다. 제보를 받고 엄마를 찾아가면 모두 예전에 가족들이 살았거나 일하던 곳이었다. 엄마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 속을 더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찾을 수 없었다.
딸 - 아들 - 아버지 - 엄마의 관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그 동안 서로가 몰랐거나 잊고 있었던 엄마의 모습을 복원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마의 실종이 가족들에게 잊혀졌던 엄마의 모습을 찾아내게 한 것. 각자가 간직한 엄마의 모습과 그 동안 엄마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식은 자식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미안해하고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엄마는 남편과 자식들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는 미안해 하는 자식들에게 "너는 이 애미에게 항상 기쁨이었다는 것만 기억해"라고 위로하면서 가족들이 전혀 몰랐던 비밀들을 풀어 놓는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한 것은 현실의 '엄마'가 소설 속 엄마에 투영되는 순간들 때문이다. 늘 자신을 희생하고 가족을 보살피던 엄마,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엄마.
작가 신경숙은 소설 속 엄마의 실종을 통해 자기 자신의 삶에만 매달리며 '엄마'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우리 모두가 엄마로부터 시작됨을 깨닫게 하며 다시 한번 엄마의 사랑과 배려에 고개 숙이게 한다.
- 정신영 shinos@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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