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응답하라 '가요톱10' ① 다시 듣는 1994년의 명곡들

기사입력 2014.12.05 19:15
  •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응답하라 1994>가 인기다. 1994년의 감성을 충분히 잘 담아서이기도 하고,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스토리와 영상의 힘이기도 하다. 열정적인 20대를 90년대에 보내고 이제 사회에 자리를 잡은 이들이 젊음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왜 굳이 1997년과 1994년이냐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으로 '감성 풍부한 젊음을 그 시대에 보냈던 이들이 지금 대세를 이루고 있는 작가들이라서'라는 풍문은 덤이다.)

    스토리와 영상에 더욱 강력한 향수를 얹은 것이 그 시대의 음악이다. 다른 무엇보다 기억의 단편을 되살리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94>에도 그런 음악들이 있다. 김건모의 <핑계>, 성시경이 최근 리메이크해서 화제가 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 015B의 <신 인류의 사랑>,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등은 우리를 1994년의 추억 속으로 빠지게 한다. 모두 하나 같이 명곡들이다.

    1994년에는 또 어떤 곡들이 있었을까?

    ◇ 기억의 습작 (전람회 1집, 1994년 5월)

    우선,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의 메인 테마곡으로 다시 한번 인기를 얻었었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있다. 전람회는 1993년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에서>로 대상을 받았었다.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하는 김동률이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특히 당시에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재즈풍의 발라드를 완성도 높게 작곡한 김동률이 크게 주목받았다. 이듬해인 1994년 5월, 전람회 1집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참고로 <응답하라 1994> 배경음악으로 등장했던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도 김동률이 작곡했다.)
    다음은 1994년 대학가요제 때, 전년도 대상 수상자로 참가해 <기억
    의 습작>을 부른 영상이다. 21살 풋풋한 모습의 김동률과 서동욱(전람회 베이시스트)를 만나보자.
  • ◇ 마법의 성 (더 클래식 1집, 1994년 7월)

    아름다운 노랫말과 멜로디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리메이크 되기도 하는 <마법의 성>도 1994년 곡이다. 지금은 작곡가이자 가수로 유명한 김광진이 박용준(현 음악감독)과 함께 '더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처음에는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를 했지만, 곡의 인기에 힘입어 '가요탑10'에 출연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신승훈 4집 <그 후로 오랫동안>에 밀려 7주 연속 2위에 머물렀다.

    다음 영상은 '가요 탑10'에 1위 후보로 출연했던 김광진과 박용준의 모습이다. 영상 마지막에 MC 손범수와 김광진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역시 풋풋한 모습이다. 유려한 말솜씨로 자연스럽게 인터뷰하는 요즘과는 달리 긴장하며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공주를 구하는 컴퓨터 게임을 하다 작곡을 하게 되었다는 김광진의 인터뷰 내용과 천리안을 통해 질문을 받았다는 손범수의 멘트가 1994년 당시를 떠올리게 해준다. 또, 소녀 같은 미성으로 '마법의 성'을 부른 객원 싱어 백동우에 관한 내용도 언급이 되었다.
  • ◇ 서시 (신성우 3집, 1994년 7월)
     
    다음은 조각 같이 잘 생긴 외모와 카리스마로 큰 인기를 얻었던 신성우 3집 <서시>의 뮤직비디오다. 당시 많은 남자들이 (girl과 함께) 노래방에 가면 꼭 <서시>를 부르곤 했었다. 야생미가 느껴지는 장발과 폭발력 있는 그의 목소리는 많은 여성들의 인기를 얻었었다. 잘 생긴 외모를 부각하고자 했던지 뮤직비디오는 줄곧 신성우의 모습을 담고 있다.
  • ▲ 신성우 '서시'
    ◇ 오래전 그날 (윤종신 3집, 1993년 11월)

    슈스케 심사위원, 작곡가, 라디오스타 MC 등으로 유명한 윤종신의 3집 앨범 타이틀곡 <오래전 그날> 이다. 앨범은 93년에 나왔지만 콘서트 앨범을 내는 등 94년도에 더 왕성한 활동을 했다. 요즘은 방송에서 재미있는 캐릭터로 더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슬픈 발라드를 부르는 감성 가수였다. 특히 015B 객원 싱어 때부터 미성의 가수로 인기를 얻었다. '교복을 벗고~' 로 시작하는 <오래전 그날>이 2집 <너의 결혼식>에 이어 인기를 얻으면서 발라드 가수로서의 윤종신은 자리를 잡았다. 본인이 가끔 방송에서 우스개 소리처럼 얘기하기도 하지만 윤종신의 곡들은 크게 히트를 치지는 못하고, 소리 소문없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편이었다.
  • ▲ 윤종신 '오래전 그날'
    ◇ 날아라 병아리 (넥스트 2집, 1994년 5월)
     
    <응답하라 1997>에 등장했던 <날아라 병아리>는 사실 1994년 N.EX.T의 2집 앨범이다. 인기 절정의 가수였던 신해철은 대마초 사건으로 방송 출연이 어려워졌었고, 대신 넥스트라는 그룹으로 앨범을 냈다. 서강대 철학과 출신의 신해철은 그의 음악성 만큼이나 철학적이고 개성있는 작사로 유명했는데, <날아리 병아리>도 그런 곡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입혀진 가사는 사랑 노래가 아니라 어릴 적 친구였던 병아리에 대한 노래였다. 수년 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이승철이 신해철에게 '음악 좀 듣자!'라고 했던 말이 생각날 정도로 그의 음악이 듣고 싶어지게 만드는 멋진 노래다.
  • ▲ 넥스트 '날아라 병아리'
    이 외에도 1994년의 명곡들은 많다.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 곡이 진정한 명곡이라고 했던가. 지금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인 그 시대 가수들의 다른 곡들이 듣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