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림프절 주사 대신 혈관 주사로…MRI 림프관 검사 간소화 가능성 확인
서울대병원 연구팀, 정맥 내 조영증강 MR 림프관 조영술 개발
조영제 주입 20~30분 뒤 ‘림프기’ 확인…간·장간막 림프관까지 시각화
숙련된 전문의가 사타구니 림프절에 바늘을 정확히 삽입해 조영제를 넣어야 했던 MRI 림프관 검사를 혈관 주사 방식으로 간소화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허세범·의생명연구원 윤성환 교수, 한림대병원 영상의학과 권려민 교수 연구팀은 정맥으로 조영제를 주입한 뒤 MRI를 촬영하는 ‘정맥 내 조영증강 MR 림프관 조영술(IV-MRL)’을 개발하고, 동물실험과 환자 대상 개념증명 연구에서 실행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라디올로지(Radiology)’에 게재됐다.
림프계는 면역 기능과 체액 균형 유지에 관여한다. 암 수술 등으로 림프관이 손상되면 림프액이 새면서 영양 부족과 면역 저하, 복수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누출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동적 조영증강 MR 림프관 조영술(DCMRL)은 사타구니 림프절에 직접 조영제를 주입한 뒤 MRI를 촬영한다. 초음파나 투시 영상을 보면서 림프절에 바늘을 정확히 삽입해야 해 숙련된 중재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고, 시술 공간에서 MRI실로 환자를 옮기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관찰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 사타구니 림프절에 넣은 조영제는 주로 후복막 림프관을 따라 이동해 전체 림프액 생성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간과 장간막 림프관은 충분히 보기 어렵다. 특히 유미복수 환자에서 기존 림프관 조영술의 누출 확인율은 약 55%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림프절에 직접 조영제를 넣는 대신 말초 정맥으로 주입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핵심은 조영제가 혈액과 림프에서 서로 다른 시간에 높은 농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돼지 2마리에 각각 다른 가돌리늄 기반 조영제를 정맥으로 투여한 뒤 혈액과 림프액의 조영제 농도를 2시간 동안 비교했다. 혈관 내 조영제 농도는 주입 5분 이내에 정점에 도달한 뒤 빠르게 감소했다. 이와 달리 림프액에서는 조영제 종류에 따라 20분과 30분에 최고 농도를 기록했다.
특히 주입 20~30분 뒤에는 림프액 내 조영제 농도가 혈액보다 높아졌다. 연구팀은 혈관 신호는 줄고 림프관이 상대적으로 뚜렷해지는 이 시간대를 ‘림프기’로 정의했다.
별도의 돼지 1마리에서 MRI 영상을 비교한 결과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했다. 정맥 주사 뒤 유미조의 신호강도 비율은 약 5.5까지 높아졌고, 40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흉관과 간 림프절에서도 지속적인 조영 효과가 나타났다.
돼지 비교 실험에서 IV-MRL과 기존 DCMRL 모두 흉관과 후복막 림프관을 시각화했다. 정맥 주사 방식의 IV-MRL은 기존 검사에서 명확히 보이지 않았던 간과 장간막 림프관도 시각화했다. 수술 중 장간막 림프관 조영술에서도 IV-MRL 영상과 같은 부위에 조영제가 축적돼 해당 구조가 장간막 림프관임을 뒷받침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에서도 혈관 대비 림프관 신호가 시간이 지나면서 뚜렷해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림프액 누출이 의심돼 IV-MRL 검사를 받은 환자 16명의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환자는 남성 11명과 여성 5명으로, 평균 연령은 56.6세였다.
분석 결과, 조영제 주입 1분 뒤 흉관과 하대정맥의 신호강도 비율은 평균 0.49였지만 20분 뒤에는 1.47로 증가했다.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01). 연구 기간 IV-MRL 이후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새 검사법의 실행 가능성을 살핀 초기 연구다. 환자 연구에서 평가한 지표도 림프액 누출 부위를 얼마나 정확히 찾는지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혈관 대비 흉관 신호가 얼마나 달라지는지였다. 기존 검사와 비교한 민감도와 특이도, 누출 발견율 등 진단 성능은 평가하지 않았다.
조영제 용량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환자 연구에서는 림프관 조영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돌리늄 기반 조영제를 표준 용량의 2배인 0.2mmol/kg 투여했다. 연구팀은 최적의 조영제 종류와 투여량을 찾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물실험도 돼지 3마리로 진행됐으며, 간과 장간막 림프관은 작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현재 영상만으로 구조의 연속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3차원 시각화와 자동 분할 등 영상 후처리 기술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세범 교수는 “정맥 주사 방식의 IV-MRL은 기존의 림프절 주사와 달리 혈관 주사만으로 시행할 수 있어 시술 난도와 환자의 통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향후 림프 누출 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의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