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AI대학원의 신규 AX대학원 참여 여부 놓고 갈등
AI융합혁신대학원 “연 70억 중복 수혜 안 돼”
AI대학원 “성격 다른 사업, 대학 내 다른 학부 역차별”

지난 8월 28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AI스텝업 전주기 인재양성 간담회’에서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AX대학원 신설한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일부 대학원 중심이었던 인재 육성을 앞으로는 학부부터 대학원, 연구자로 발전하는 전주기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하는 ‘AX(AI+X) 대학원’ 사업의 참여 자격을 높고 대학가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 AI대학원 10개교의 신규 AX대학원 참여 허용 여부가 쟁점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내년 2월 공고 예정인 AX대학원 사업의 세부 기획을 진행 중이다. 기존 AI대학원 소재 대학의 참여 자격을 두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기부 내부에서 쿼터제 도입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선정 대학 중 AI대학원은 몇 개까지만 허용하자는 식이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최근 AI융합혁신대학원 9개교는 AI대학원 참여에 대한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AX대학원은 AI 인재와 현장 수요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신설되는 사업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8월 28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AI스텝업 전주기 인재양성 간담회’에서 “AI 대학원 졸업생들은 지속적인 연구를 원하지만 기업은 당장 현장 문제를 풀 수 있는 엔지니어를 찾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AX대학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AX대학원 사업은 AI융합혁신대학원과 AI대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대학이 신규 진입을 노리고 있다. 기존 AI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대학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 지역 사립대 교수는 “우리 대학도 AX대학원 지원 공고를 주시하고 있다”이라며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가 가능해 큰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막대한 지원을 받는 대학들이 추가로 예산을 가져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AX대학원은 연 30억원 규모로 6년간 지원된다. 기존 AI융합혁신대학원 사업과 비슷한 성격을 띠지만 새로운 사업으로 기존 AI융합혁신대학원도 새롭게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AI융합혁신대학원은 2022년(5개교), 2023년(4개교)부터 4년간 연 15억원을 지원받아 왔다. 올해 말 5개교, 내년 말 4개교의 사업이 종료된다.

◇ 연 70억 중복 수혜… “AI 융합 생태계 균형에 맞지 않아”

AI융합혁신대학원 9개교(경희대, 동국대, 부산대, 아주대, 이화여대, 인하대, 전남대, 충남대, 한양대ERICA)는 최근 하정우 대통령실 AI수석에게 의견서를 전달하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기존 AI대학원 10개교(고려대, GIST,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UNIST, 중앙대, KAIST, 포항공대, 한양대)는 올해부터 기존 연 20억원에 20억원이 추가돼 연 4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여기에 AX대학원(연 30억원)까지 참여하면 연 7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한 대학에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AI대학원 10개교는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이들은 AX대학원까지 가져가면 지역·도메인 편중이 심화된다 점도 우려된다. 정부 AX대학원 정책은 지역 불균형 해소와 다양한 도메인 육성을 지향하기에 기존 AI대학원의 참여는 이런 정부 전략과도 맞지 않다며 AI대학원 지원을 제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AI융합혁신대학원 교수는 “AI대학원 사업계획서에 이미 AI+X 인력양성과 도메인 협업 강화가 포함돼 있어 기존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유사 목적 사업에 예산이 중복 지원되면 지역·신규 대학의 기회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융합혁신대학원 교수는 “AX대학원 취지는 새로운 도메인 중심 AI융합 인재양성 거점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기존 AI대학원이 주로 대기업과 협력하고 있고, 지역 중소·중견기업으로 AI+X를 확산하려면 신규 거점 선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 장관도 AX대학원 신설을 발표하면서 “선순환하는 AI 시장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전반적인 연구 환경과 인재 육성 계획을 종합적으로 세우고 싶다”며 “그동안 일부 대학원 중심이었던 인재 육성을 앞으로는 학부부터 대학원, 연구자로 발전하는 전주기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존 AI융합혁신대학원 9개교는 지역 산업분야와 대학 특성화 분야에서 학교당 연 40명의 석박사를 배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 AI대학원 “성격 다른 사업, 역차별 우려”

반면 AI대학원이 있는 대학 측은 반발하고 있다. AI 코어 기술 개발과 산업 응용 인재양성은 별개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AI대학원 소재 대학 교수는 “AI대학원은 원천기술과 박사급 고급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AX대학원은 특정 도메인 특화 실무 인재양성이 목적”이라며 “같은 AI라도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업인데 참여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AI대학원 소속이 아닌 같은 대학의 다른 학과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같은 대학에 AI대학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학과나 학부에서 AX대학원 참여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의료 AI, 제조 AI 등 학교마다 다양한 융합 분야 인재를 키울 기회는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 “초기 AI대학원 10개교의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으나 최근 들어 과기부에서 논의 중이라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며 “이로 인해 AI대학원 참여 여부를 두고 교수들의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과기부는 지원 자격을 비롯해 사업 기획에 대한 부분을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대학들이 과기부 실장과 차관 등에 전방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IITP뿐만 아니라 과기부 실장이나 차관까지 전방위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무진과 윗선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 감지된다”고 전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현재 AX대학원 사업 참여 자격에 대해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사업 기획이 12월 말 완료될 예정이고, 공고는 2026년 2월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참여 조건에 대한 논의 중인 세부 내용은 현 단계에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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