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히티 관광청장 “허니문 넘어 다변화 전략 추진, 5개 군도 숨은 매력 알릴 것”
타히티 관광청, 한국 시장 본격 공략 나선다... “허니문 넘어 다변화 전략 추진”
검은 모래 해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고래가 숙소 창문 너머로 유영하는 섬, 그리고 17km를 걸으며 전통 타파 직물을 만드는 장인을 만날 수 있는 곳.
바이헤레 리쌍(Vaihere Lissant) 타히티 관광청장과 히로누이 존스턴(Hironui Johnston) 국제운영총괄(COO)이 들려준 타히티의 진짜 모습이다. 이들이 지난 10월 30일 서울에서 개최한 '2025 타히티 관광청 로드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첫 공식 일정이라는 점에서 타히티 관광청이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북미·프랑스 75% 의존 탈피... 아시아가 열쇠”
바이헤레 관광청장은 이번 방한 목적을 명확히 했다. “현재 우리 인바운드 시장은 북미와 프랑스가 약 75%를 차지합니다. 시장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그 전략의 핵심이 바로 아시아, 특히 한국·중국·일본입니다.”
타히티 관광청의 다변화 전략은 단순히 시장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층 자체를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허니문의 성지로 각인된 타히티 이미지를 어드벤처 여행, 50주년 기념 시니어 커플, 가족 단위 관광, MICE, 럭셔리 여행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로드쇼에는 허니문 전문 여행사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여행사들이 참여했다.
히로누이 운영국장은 아시아 시장의 또 다른 매력을 설명했다. “7~8월 성수기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연중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설날 시즌은 타히티 비수기와 맞물려 있어, 관광 산업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바꾼 여행 트렌드... “경험의 프리미엄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타히티 관광청이 주목한 변화는 ‘경험의 질’이다. 히로누이 운영국장은 “여행이 단순히 '가봤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경험했는지'에 중점을 두게 됐다”며 “프리미엄은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지출한 만큼의 가치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응해 타히티는 ‘그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다. 리조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현지 주민과의 교류, 5개 군도가 가진 각각의 독특한 매력,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문화 체험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20년 역사의 지속가능 관광... “커뮤니티에 되돌려주는 것”
타히티의 지속가능 관광은 2022년 정책 문서화 이전부터 20년 이상 이어져 온 철학이다. 바이헤레 관광청장은 “해양 포유류와 상어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며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인터컨티넨탈, 브란도, 테라소 리조트 등 주요 호텔들이 해수를 활용한 에어컨 시스템을 도입했고, 산호초 보호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공공 부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3곳(문화유산 마래 타푸타푸아테아, 해양유산 파카라바, 자연·문화유산 마르키즈 제도)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히로누이 운영국장은 “타히티는 지속가능성을 '커뮤니티에 되돌려주는 것'으로 정의한다”며 “청정 자원 보존은 관광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주민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공략 본격화... 팸투어·미디어 협력 확대
타히티 관광청의 한국 시장 공략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 9월 본청 마케팅팀이 방한했고, EBS ‘세계 테마 기행’을 통해 타히티 헤이바 축제가 처음 소개됐다. 11월에는 한국 여행사 CEO들을 대상으로 한 트레이드 팸투어가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크루즈 팸투어도 계획 중이다.
바이헤레 관광청장은 “이번 로드쇼는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많은 파트너들이 참여했고, 특히 젊은 세대가 늘어난 것이 인상적”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타히티 관광청은 중소 여행사까지 포함한 폭넓은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성 전략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현지인만 아는 숨은 보석들
두 사람이 추천한 타히티의 숨은 명소들은 흥미롭다.
바이헤레 관광청장은 도심에서 20분 거리의 검은 모래 해변 ‘포인트 비너스’, 7~11월 숙소에서도 고래를 볼 수 있는 ‘루루투’, 전통 타파 직물로 유명한 ‘파투히바’를 꼽았다. 히로누이 운영국장은 폴리네시안 선조들이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는 테아후푸 너머 끝자락, 예술가들의 섬 ‘후아히네’, 한 곳에서 여러 계절을 경험할 수 있는 ‘누쿠히바’를 추천했다.
특히 이들이 함께 추천한 현지 음식들로 회를 코코넛 밀크에 재운 ‘포아송 크뤼’, 뜨거운 돌에 구운 떡 같은 디저트 ‘포에이호’, 신선한 관자 요리 ‘코로리’는 타히티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미식 여행지로서의 가능성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타히티가 한국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보라보라의 허니문’이라는 단편적 이미지를 넘어, 5개 군도가 품은 다채로운 경험과 지속가능한 가치를 제안하겠다는 것. 이들의 첫 아시아 공식 일정이 한국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타히티 관광청이 한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