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 2025] 분당차병원 “AI, 의료 시간·공간·역할 재구성한다”
2일 여의도 FKI타워서 AX 컨퍼런스
병원은 노동집약산업… AI가 판도 변화
판독·병리·예측 모니터링 등 변화 보여
향후 10년 ‘대전환기’… 패러다임 바뀐다
“병원은 아직도 사람을 갈아 넣어 돌아가는 산업입니다. 인공지능(AI)가 의료 시간과 공간, 역할을 다시 짤 것입니다.”
이성환 분당차병원 교수의 말이다. 그는 2일 ‘THE AI SHOW 2025(TAS 2025)’에서 현재 의료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AI가 구조적 한계를 뚫고 판도를 뒤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의료 산업은 과학적 근거, 윤리적 책임, 강력한 법적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영역이다. 병원이 영리 활동에 제약을 받는 데다, 보험·수가 체계까지 겹쳐 외부 기업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의료 AI 스타트업이 급증했다가 빠르게 사라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기술만으로는 의료 생태계를 버티기 어렵고, ‘병원—의료진—보험자’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료가 겪는 본질적 한계를 △전문 인력 부족 △정보 비대칭 △불확실한 의학적 근거 △단절된 데이터 등 네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여전히 일반 병실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뒤늦게 발견되는 일이 반복된다”면서 “이런 현실을 해결하지 못하면 AI 기술은 현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영상의학과는 AI 도입 효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난 분야다. 영상 판독 AI는 위급 환자의 영상을 우선적으로 분류해 의료진이 빠르게 개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진단을 대신하진 않지만, 병목을 풀어주는 역할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병리 분야에서도 디지털 병리 인프라가 갖춰진 병원을 중심으로 조직 분석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예측 모니터링이다. 이 교수는 “일반 병실의 환자 정보를 하루 몇 번 수기로 입력하는 방식으로는 중증 악화를 제때 포착하기 어렵다”며 “웨어러블 기반 자동 모니터링과 AI 예측 시스템을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연구 영역에서도 AI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신약 후보 발굴, 가상세포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험 전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 데이터의 이동이 어려운 특성을 고려한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도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각 병원 데이터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학습된 모델 파라미터만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는 “다기관 AI 연구 대부분이 연합학습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향후 10년을 “헬스케어 대전환기”로 진단했다. △세포·유전자 치료 시대 도래 △정밀의료 보편화 △AI·로봇 결합 △클라우드 기반 상호운용성을 의료변화의 네 축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병원 중심의 진료 체계가 생활환경 중심의 예방·관리를 아우르는 구조로 이동할 것”이라며 “환자는 수동적 ‘치료 대상’에서 능동적 ‘건강 주체’가 되고, 의료인은 시술자가 아닌 데이터 기반 전략가로 역할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는 의료인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며 “의료인을 증강하는 기술로서 의료 AX는 헬스케어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