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AI 기업 인수, 세계 최대 뷰티 데이터로 학습
세포 단위 피부 진단부터 가상 메이크업까지 전 영역 적용
한국 나노엔텍과 협업해 5분 피부 나이 측정 디바이스 개발
“소비자 신뢰 필수”… 윤리 원칙 세우고 O+O 통합 경험 강화

조이스 뤼(Joyce LUI) 로레알 북아시아 CDO는 “로레알은 ‘새로운 것을 포착하라(Savoir saisir ce qui commence)’라는 모토를 DNA에 내재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첨단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로레알

“로레알의 디지털 혁신 여정은 지극히 소비자 중심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을 거쳐 로레알 북아시아 최고디지털책임자(CDO)가 된 조이스 뤼(Joyce LUI)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스탠포드 학사와 UNSW MBA를 거친 그는 테크 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116년 역사의 뷰티 기업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로레알은 2018년 ‘뷰티테크(Beauty Tech)’라는 용어를 공식 도입하며 AI 투자를 본격화했다. 같은 해 증강현실 및 AI 기술 기업 모디페이스(ModiFace)를 인수한 것은 브랜드만 인수해 왔던 로레알에게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후 AI 기반 피부 진단, 가상 메이크업 체험, 생성형 AI 콘텐츠 제작까지 뷰티 산업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뤼 CDO는 “기술 혁신은 우리가 서로 상호작용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큰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며 “로레알은 ‘새로운 것을 포착하라(Savoir saisir ce qui commence)’라는 모토를 DNA에 내재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첨단 기술을 활용해 혁신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 세계 최대 뷰티 데이터로 학습한 AI

로레알의 AI 경쟁력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37개 글로벌 브랜드가 모든 뷰티 카테고리와 채널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며 축적한 데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뷰티 관련 데이터베이스다. 피부 및 모발 지식부터 제형 과학, 뷰티 루틴까지 전방위적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뤼 CDO는 “로레알은 AI와 생성형 AI를 인간 창의력의 증폭기로 인식하며, 모든 브랜드, 사업부, 기능 조직에 AI를 전면 도입해 팀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레알은 AI의 윤리적 사용을 강조한다.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7가지 원칙”을 수립하고, 생성형 AI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통제된 환경에서 책임감 있는 AI 사용을 지향한다. 뤼 CDO는 “뷰티테크를 선도하는 과정에서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소비자와의 연결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데이터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가상체험부터 피부 생물학적 나이 측정까지

로레알의 AI 기술은 이미 소비자들의 뷰티 경험을 바꾸고 있다. 2018년 인수한 모디페이스의 AR 및 AI 기술은 현재 로레알의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에 적용됐다. 2024년 기준 가상체험은 전체 디지털 서비스 사용의 77%를 차지하며, 전 세계 2100만명의 소비자에게 도달했다.

매장에서의 경험도 AI로 진화하고 있다. 랑콤과 키엘 같은 브랜드 카운터에 도입된 AI 기반 피부 진단 기술은 소비자의 얼굴을 디바이스 앞에 놓으면 AI 알고리즘을 통해 피부 노화의 임상적 징후를 분석한다. 이 기술은 모든 연령대, 인종, 성별을 포괄하는 2만개 이상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학습됐으며, 전 세계 1200개 이상의 판매 지점에 도입됐다.

내년 북아시아 전역에 선보일 ‘랑콤 셀 바이오프린트(Lancome Cell BioPrint)’는 한 단계 더 진화한 AI 피부 진단 디바이스다. 한국 기업 나노엔텍과의 협업으로 개발된 이 랩온어칩 디바이스는 5분 만에 피부의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고 노화를 늦추는 방법에 대한 맞춤형 조언을 제공한다. 특정 활성 성분이 개인 피부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반응성을 예측하고, 잠재적 피부 고민을 미리 예측하는 기능도 갖췄다.

뤼 CDO는 “사용자는 로레알의 AI 데이터 시스템에 기반한 이 디바이스를 통해 세포 차원의 정밀한 피부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이스 뤼 CDO는 “뷰티테크를 통해 판매 지점(point of sale)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며 “기술이 개인화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교육 및 즐거움을 선사하며, 전문 뷰티 어드바이저와 함께 맞춤형 조언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로레알

◇ 생성형 AI로 콘텐츠 제작 혁신

로레알은 자체 생성형 AI 뷰티 콘텐츠 랩 ‘크리에이테크(CreAItech)’를 통해 콘텐츠 제작 과정도 혁신하고 있다. Google Nanobana, Adobe Firefly, OMI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마케터들이 수천 가지 이미지, 텍스트, 영상을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크리에이테크는 초기 아이디어 생성부터 브리프 작성, 스토리보드 개발, 새로운 뷰티 비주얼 코드 발굴, 대규모 콘텐츠 제작까지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성분, 텍스처, 제형, 배경, 제품 샷 등 대량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

다만 로레알은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한다. 뤼 CDO는 “로레알 그룹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대외 커뮤니케이션에서 제품 효능을 강조하기 위해 AI로 생성된 실제와 같은 얼굴, 신체, 모발, 피부 이미지나 영상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AI로 생성된 이러한 이미지는 새로운 뷰티 코드에 대한 영감, 아이디어 생성, 내부 스토리보드 목적으로만 사용한다.

이커머스 영역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의 AI 미디어 솔루션(네이버 애드부스트)을 활용해 전환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를 타겟팅하며 전환율을 크게 개선했다. 뤼 CDO는 “앞으로 이러한 접근 방식을 국내 다른 이커머스 파트너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AI가 못 하는 영역, 그리고 미래

AI가 뷰티 경험을 혁신하고 있지만, 로레알은 여전히 사람과의 접점을 중요하게 본다. 뤼 CDO는 “오늘날 옴니채널 쇼핑은 일상이 되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의 경계는 점점 더 흐려지며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통합된 뷰티 여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뷰티테크를 통해 판매 지점(point of sale)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며 “기술이 개인화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교육 및 즐거움을 선사하며, 전문 뷰티 어드바이저와 함께 맞춤형 조언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로레알이 주목하는 뷰티테크의 세 가지 주요 트렌드는 접근성, 지속가능성, 개인화다. 뤼 CDO는 “접근성은 더 폭넓고 다양한 소비자에게 뷰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고, 개인화는 각 개인의 고유한 니즈에 더욱 정밀하게 맞춤화된 뷰티 제품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로레알은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제품 개발, 생산 공정, 마케팅 활동 전반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적극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사업의 전환과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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