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에게 확인하세요” 원칙 제시에도 진료실 환경이 발목

대한종양내과학회가 11월 26일 ‘디지털 시대 암 정보 활용 6대 원칙’을 발표하며 환자들에게 “온라인 정보는 반드시 의료진 확인 후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발표된 원칙에는 ▲공신력 있는 기관 정보 우선 ▲출처·근거·업데이트 여부 확인 ▲교차 검증 ▲개인 사례 정보 신중 접근 ▲과장된 표현 경계 ▲온라인 정보는 의료진 상담의 보조 자료로 활용 등이 담겼다.

이미지=AI생성

학회는 환자마다 진단명, 병기, 치료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맞는 정보라도 환자 상황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올바른 정보’보다 ‘내게 맞는 정보’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인은 이러한 조건과 전제를 전문가처럼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온라인 정보를 자의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의료진 상담을 위한 보조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현실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병원 외래 진료 시간은 짧고 환자의 질문은 복잡해, 환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회 역시 의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준오 삼성서울병원 교수(학회 이사장)는 제한된 진료 시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상담하는 방법으로 “질문을 미리 정리해서 적어 오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챗GPT에 프롬프트를 쓰듯이 정리해 가져오면, 하루에 한두 가지씩이라도 깔끔하고 정제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학회는 질문 준비만으로는 진단 초기 환자들의 불안과 복잡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했다. 학회 설문조사에서는 진단 직후 3개월 이내 암 환자가 극심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의료진보다 유튜브나 환우 카페 등 다른 경로로 정보를 먼저 탐색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암 환자가 필요로 하는 ‘내 상황에 맞게 해석된 정보’는 결국 의료진 상담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지만, 현행 진료 체계에서는 이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상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 교수는 “오늘 제기한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긴 호흡으로 접근해 나갈 것”이라며, 제도적 시스템과 진료실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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