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초고효율 열전 소재’ 개발
연세대는 김우철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다이아몬드 유사 칼코겐화합물’ 계열의 신소재(AgCd0.2In0.9Zn0.1Se2)를 개발해 폐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자동차, 공장, 전자기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의 절반 이상이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폐열’을 전기로 바꿀 수 있다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이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 바로 ‘열전 효과’이다. 열전 소재는 온도 차이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연료나 움직이는 부품이 필요 없는 친환경 에너지 변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유망한 열전 물질인 은 인듐 셀레나이드를 기반으로, 그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량의 카드뮴과 아연을 첨가하는 ‘도핑’ 전략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두 원소가 결정 내부에 원자 수준의 무질서와 미세한 변형을 만들어냈으며, 이 미세한 불규칙성이 마치 장벽처럼 작용해 열의 흐름은 차단하면서 전자의 흐름은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고성능 현미경 분석 결과, 이러한 원자 구조적 무질서가 격자 열전도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핵심 요인임이 확인됐다. 이번 신소재는 800 K(약 527°C)의 고온에서도 0.2W/m·K 수준의 극히 낮은 열전도도를 기록했다. 열전 성능지수(zT)는 1.15에 도달했다.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n형 다이아몬드형 칼코겐화합물 중 가장 우수한 성능으로 평가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n형 소재를 기존 p형 소재와 결합해 소형 열전 발전기 시제품을 제작했다. 얇은 칩 형태의 발전기는 약 465K의 온도 차에서 전력 밀도 0.147W/cm²를 달성해, 산업 폐열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심지어 인체 체온에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엔트로피 공학’을 활용해 열전 소재의 성능을 극적으로 향상시킨 n형 다이아몬드형 칼코겐화합물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은(Ag)이 풍부한 나노클러스터와 격자 변형 네트워크가 재료 내부의 열전달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계산을 통해 규명했다.
김우철 연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료의 무질서를 설계 요소로 활용해 효율을 극대화한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버려지는 열에너지를 회수해 다시 전력으로 바꾸는 미래형 에너지 절약 기술 개발에 핵심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우주 탐사선의 전력원, 인체 체온을 이용하는 웨어러블 센서, 자동차와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 회수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에 게재됐다. 솜나스 아차르야 연세대 기계공학과 연구교수와 박성진 박사과정생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