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4년 20억 투입해 식용 곤충 기능성 원료 개발…임상서 근력 개선 효과 확인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병뚜껑을 열기 힘들다면? 이는 노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근감소증의 신호일 수 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이제 근력 저하를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닌 관리가 필요한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의외의 자원, 식용 곤충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전문 기업 한미양행은 가천대학교, 한국기능식품연구원과 함께 4년간 20억 원을 투입해 식용 곤충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를 활용한 근력 개선 연구를 수행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책과제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서울대에서 실시한 인체적용시험에서 근력 개선 효과를 확인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곤충을 먹는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곤충 자체를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을 추출해 가공한 기능성 원료를 개발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식용 곤충은 환경 부담이 적고 영양가가 높아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고소애의 효소 가수분해 공정을 확립하고 세포·동물실험에서 근세포 보호와 근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이어 서울대 연구팀이 진행한 인체적용시험에서는 고소애 가수분해물을 섭취한 시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악력과 하지근력이 유의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애 가수분해물 섭취군은 악력과 하지근력 지표에서 대조군보다 유의한 향상을 보였다. /이미지 제공=한미양행

서울대 송욱 교수는 “1차 지표인 악력과 2차 지표인 하지근력 모두에서 유의하게 개선된 데이터는 근력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가수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특정 펩타이드를 지표 성분으로 선별하고 분석법을 개발해 원료 표준화에도 성공했다. 이는 향후 대량생산과 품질 관리의 기반이 된다. 이번 성과는 다수의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으며, 근육세포 노화 억제와 인지기능 개선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

한미양행은 최근 이 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록 신청했다. 승인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승인될 경우 국내 최초의 식용 곤충 기반 근력 개선 건강기능식품 원료가 될 전망이다.

회사는 2015년부터 식용 곤충 연구를 시작해 2016년 국내 최초로 곤충가공식품 HACCP을 등록하는 등 이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해 왔다. 현재까지 식용 곤충 관련 특허만 28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한미양행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근력 개선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인지기능 개선 효과 역시 추가 인체 시험을 통해 검증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원료를 개발한 성과를 넘어 곤충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식용 곤충이 단순한 ‘대체 단백질’이 아닌 고부가가치 ‘기능성 소재’로 자리 잡으며,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의 소득 증대와 가공·유통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예천군, 춘천시, 남원시에서 추진 중인 그린바이오 곤충산업거점단지 조성과 맞물려 산업화는 더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작은 곤충에서 시작된 이번 연구가 초고령 사회의 건강 과제 해결에 어떤 변화를 끌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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