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위암 혈행성 전이 예측할 새 분자 아형 규명
64명 환자 분석·외부 검증 통해 모델 개발…맞춤형 치료 근거 제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위암 환자에서 간·폐·뼈 등으로 퍼지는 ‘혈행성 전이’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아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환자별 전이 위험을 미리 평가함으로써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성과다.
혈행성 전이는 암세포가 혈액을 통해 퍼지는 형태로, 위암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 번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에도 큰 영향을 주지만, 어떤 환자가 이런 전이에 취약한지 사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구는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와 병리과 이혜승 교수팀이 주도했다. 연구팀은 위암 수술 환자 64명의 종양 조직을 분석해 두 가지 분자 아형을 확인했다. 전이 위험이 높은 ‘줄기세포성(stemness)’ 아형과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위 점막형(gastric)’ 아형이다. 분석 결과 줄기세포성 아형 환자는 혈행성 전이 위험이 위 점막형 아형보다 약 2.9배 높았다(HR=2.87, P=0.008).
이어 연구팀은 17개 핵심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바탕으로 환자별 전이 위험 점수를 개발했다. 외부 환자 데이터 3개 코호트(TCGA, GSE66229, GSE84437, 총 600명 이상)와 환자 유래 이종이식(PDX) 모델 51개에서 검증한 결과, 위험 점수가 높은 환자군에서 실제 전이가 더 빨리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기존 위암 분류체계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혈행성 전이 양상을 새롭게 밝히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 대상이 제한적이고, 외부 검증은 기존 데이터 재분석 수준이어서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연구팀은 전이 고위험군에서 수술 후 항암치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확인하고, 국제 암세포 데이터베이스 분석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 후보군을 제시했다. 후보 약물로는 Olutasidenib(IDH1 억제제), MMV-390048(PI4K 억제제), IACS-10759(산화적 인산화 억제제) 등이 꼽혔지만,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박도중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위암에서 혈행성 전이와 관련된 분자 아형을 규명하고, 환자별 전이 위험을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제시한 사례”라며 “앞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과 신약 개발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외과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IF 10.1)’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