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팀 “과도한 제한보다 맞춤형 균형식 필요”

급성 신손상 회복기에 흔히 택하는 저염·저단백 식단이 오히려 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특정 환자군에 국한된다고 강조하며, 환자들이 의료진과 상의 없이 식단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급성 신손상은 수술, 심한 탈수, 심혈관 질환 등으로 인해 신장 혈류가 급격히 줄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회복기에는 식이 조절이 중요한 관리 방법의 하나로 꼽힌다.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 장혜련·전준석·이경호 교수 연구팀은 동물과 세포 모델을 활용해 ▲고염·저염 ▲고단백·저단백 ▲고지방·저지방 등 다양한 식단이 신장 회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비교했다.

식이 조건에 따른 신장 조직 변화. 고염·고지방·고단백 식이군에서 손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출처=Frontiers in Cell and Developmental Biology, 2025, 전준석 외, CC BY 4.0

분석 결과, 저염·저단백·저지방 식단은 신장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양쪽 신장이 모두 손상된 생쥐에서 이런 제한 식이를 제공하자 TGF-β(섬유화를 촉진하는 단백질) 신호가 과활성화되면서 손상 부위가 굳고, 염증 반응도 강화돼 회복이 지연됐다.

반대로 고염·고단백 식이 역시 문제를 일으켰다. 세포 실험에서 고염·고단백 환경에 노출된 신세포는 증식이 억제됐고, 특히 고염식에서는 신세관 손상과 섬유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결국 지나친 제한 식이와 과도한 섭취 모두 신장 회복을 방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과 세포 모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구로, 실제 환자 적용을 위해서는 임상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전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급성 신손상 환자의 회복기 식이 관리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맞춤형 식이 가이드라인 수립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련 교수는 “식이요법은 환자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비약물 치료 전략인 만큼, 막연한 제한보다는 환자 상태에 맞춘 세밀한 영양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들은 이번 결과가 신장 질환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급성 신손상 회복기와 만성 신부전은 서로 다른 상황이며, 개별 환자의 신장 기능에 따라 식이 지침도 달라진다. 이에 현재 만성 신장질환이나 기타 신장 문제로 치료받는 환자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계없이 기존 식이 지침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Cell and Developmental Biology’(IF=4.3) 최근 호에 게재됐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