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염, MRI서 먼저 보이는 ‘초기 신호’ 찾았다
국내 연구팀, 장기 추적 통해 조기 변화와 예측 지표 제시
무릎 관절염에서 나타나는 연골 손상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지표가 확인됐다. 국내 연구진이 MRI에서만 관찰되는 초기 구조 변화를 규명하고, 무릎 관절염 진단의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노두현·한혁수 교수, 동국대일산병원 이도원 교수팀은 미국 장기 관절염 코호트(MOST)에 등록된 50세 이상 환자 1,140명의 무릎 MRI와 엑스레이 자료를 최대 7년간 추적 분석했다. 무릎 관절염 영상 연구로는 드문 대규모 분석이다.
분석 결과, 관절염 진행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중앙 대퇴골 연골 손상’이었다. 이는 엑스레이상 정상으로 분류되는 관절염 0기(KL 0기)에서도 관찰돼, MRI가 조기 변화를 포착하는 중요한 도구임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반월상 연골 탈출(extrusion)’이 무릎 관절염 진행 위험을 강하게 예측하는 지표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추적 기간보다 무릎 내부의 구조적 변화가 질환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MRI에서 먼저 발견된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엑스레이에서도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경골 골극, 내측 관절강 협착, 대퇴골 골극 순으로 나타났으며, 모두 MRI에서 확인된 연골 손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무릎 관절염은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약 15%가 앓는 대표적 퇴행성 질환이다. 현재는 통증이 심해진 뒤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진단받는 경우가 많지만, 이때는 이미 연골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워 조기 발견과 예방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MRI는 초기 변화를 잘 보여주지만, 비용이 수십만 원대로 엑스레이(약 1만 원대)보다 수 배 이상 비싸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제한적이다. 이번 연구는 모든 환자에게 MRI 검사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MRI에서 규명된 조기 변화를 토대로 엑스레이 소견과 연계해 관절염 진행을 더 일찍 추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전문의들은 50세 이상에서 무릎 통증이 지속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엑스레이 검사와 함께 증상에 따라 MRI를 고려해 볼 것을 권한다.
노두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릎 관절염의 구조적 변화 순서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조기 예측 가능성을 높인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이번 결과가 환자 조기 관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25년 대한슬관절학회 국제학술대회(ICKKS 2025)에서 우수 발표상을 받았으며, 국제 학술지 ‘Knee Surgery Sports Traumatology Arthroscopy’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