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도 방심 금물’ 난청, 전 세대 삶의 질 위협한다
소음·노화로 유병률 증가…적극적인 예방 및 보청기 활용 필요
최근 난청이 전 세대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어폰을 오래 사용하는 청년층과 노인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환자가 늘고 있다. 난청은 단순한 대화 불편을 넘어 치매 위험을 높이고 삶의 질까지 떨어뜨릴 수 있어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박무균 교수는 9월 9일 ‘귀의 날’을 앞두고 난청의 다양한 유형과 예방, 청각 재활 방법을 소개했다.
세대별로 다른 난청 유형
난청은 귀로 들어온 소리가 고막·달팽이관·청신경을 거쳐 뇌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발병 양상에 따라 ▲노인성 난청 ▲소아 난청 ▲소음성 난청 ▲돌발성 난청 등으로 구분된다.
노인성 난청은 65세 이상 인구 3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하다. 주로 양쪽 귀에서 대칭적으로 발생하며, 고음을 듣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소아 난청은 신생아 1,000명 중 1~3명꼴로 나타나는데, 조기에 발견하면 정상에 가까운 발달이 가능하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도 소음성 난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장시간 이어폰·헤드폰 사용이나 작업 환경의 소음 노출로 발생하는데, 국내 조사에서는 인구의 약 1.7%가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신속한 치료가 핵심이다. 증상 발생 2주 이내 치료를 받아야 회복 가능성이 높다.
박무균 교수는 “돌발성 난청 환자 3명 중 1명은 정상 청력을 되찾지만, 나머지는 부분 회복에 그치거나 영구적 손실로 이어진다”며 “이명, 어지럼증, 귀 먹먹함 같은 초기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은 생활 습관부터
난청은 생활 습관 관리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정기적인 청력 검진, 이어폰 볼륨을 최대치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한 번에 60분 이내로만 사용하는 습관, 소음 환경에서 귀마개 착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85dB 이상(버스·지하철 소음 수준)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 손실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직업적으로 소음에 노출될 때는 청력 보호 장비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며, 학생이나 직장인처럼 이어폰·헤드폰을 오래 쓰는 집단은 정기적 청력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항암제·항생제·이뇨제 등 일부 약물은 난청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어, 청력 저하나 이명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청각 재활, 삶의 질 회복의 시작
청력 손실이 진행됐다면 보청기 착용을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약 40dB 수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 권장되는데, 이는 조용한 사무실이나 냉장고 소리, 도서관의 낮 시간대 소음과 비슷한 정도다.
보청기는 작은 소리를 증폭해 대화 능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이미 손상된 청력의 재활뿐 아니라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관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명 증상을 줄이고 청각 피질의 퇴화를 방지해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사용이 필요하다.
세계 여러 연구에서도 보청기 착용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최근에는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초소형화되거나 일반 이어폰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제작돼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이 늘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 잡음 제거, 원격 피팅 등 디지털 헬스 기술까지 접목되며 기능과 사용성도 크게 향상됐다.
청력 손실이 심한 경우에는 인공와우 수술이 고려된다. 보청기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소아나, 말소리 이해도가 크게 떨어진 성인에서 적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난청은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인 만큼 경미한 청력 저하라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전 세대가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에 나서고, 필요할 경우 보청기나 관리 치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