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팀, MRD 수치 기반 항암 강도 조정…5년 생존율 최대 90% 확인

소아 백혈병 환자 치료 시 몸속에 극소량 남아 있는 암세포(미세잔존질환, MRD)를 기준으로 항암 강도를 조정한 결과,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일부 소규모 환자 집단 분석에 따른 성과라는 점에서 일반화에는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 환자 212명을 분석한 결과, 잔존 암세포(MRD)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치료 강도를 높였을 때 생존율이 개선됐다고 1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 교수(왼쪽)가 소아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치료 각 단계에서 골수 검사를 통해 MRD 수치를 확인했다. 1차 치료인 관해유도요법 이후 MRD가 양성이었던 환자 21명 가운데 강화 치료를 받은 집단의 5년 무사건 생존율은 90%에 달했다. 반면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집단은 19%에 그쳤다.

2차 치료인 공고요법 이후에도 차이는 뚜렷했다. MRD 양성 환자 가운데 치료를 강화하지 않은 집단의 생존율은 75.4%였으나, 강화 치료를 받은 집단은 95.2%였다. 연구팀은 “강화 치료군에서 통상적인 항암치료의 부작용 외에 추가적인 중증 부작용은 이번 연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021년부터 기존 유세포분석보다 민감도가 높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MRD 검사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기존 검사에서 놓칠 수 있는 극소량의 백혈병 세포까지 검출하고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병원 측은 2015년 이후 치료받은 환자의 완치율이 97%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MRD 수치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항암치료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분석 대상 환자 수가 제한적이고, 단일 기관 연구라는 점에서 결과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MRD 측정법은 유세포분석, PCR, NGS 등 다양한 방식이 혼재돼 있어 장기적인 임상 근거 축적이 요구된다.

김혜리 교수는 “MRD 수치를 기준으로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 강도를 조정하면 재발 위험이 높은 소아 백혈병 환자의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치료 반응을 더 정밀하게 평가해 완치율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블러드 리서치(Blood Research, IF 2.8)’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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