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상징 '거북목'?…방치하면 목디스크 위험 상승
스마트폰·PC 장시간 사용 늘며 젊은 층 환자 증가…예방·조기 관리 중요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거나 책상 앞에서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이제 현대인의 일상이 됐다. 이런 자세가 반복되면서 목이 앞으로 빠지고 등이 굽어지는 ‘거북목’과 목의 곡선이 사라지는 ‘일자목’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됐다. 한때는 단순한 체형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방치하면 목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거북목과 일자목은 경추의 정상적인 C자 곡선이 무너진 상태다. 목뼈 배열이 무너지면 머리의 하중이 고스란히 목 근육과 인대에 전달되고, 그 압력이 추간판(디스크)에 집중되면서 손상이 생긴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디스크가 돌출되거나 파열돼 신경을 압박하게 되고, 결국 목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
과거 목디스크는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생활이 활발한 30~40대에서도 발병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거북목·일자목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30~40대 진료 건수는 2020년 약 129만 건에서 2024년 149만 건을 넘겼다. 5년간 15%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자세 불균형이 단순 불편을 넘어 경추 질환의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목디스크가 진행되면 증상은 단순 목·어깨 통증을 넘어선다. 팔과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물건을 잘 잡지 못해 떨어뜨리는 일이 잦아진다. 두통과 어지럼증, 시각 피로 같은 신경학적 증상도 나타난다. 심한 경우 근력 저하나 보행 장애, 대소변 장애 같은 중증 증상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예방과 치료의 핵심은 조기 관리다. 초기 단계에서는 자세 교정과 스트레칭, 근력 운동 같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통증이 동반되면 약물치료나 물리·도수치료가 권장된다.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신경차단술 같은 주사 치료를 고려할 수 있고, 병변이 진행되면 신경성형술이나 고주파 감압술 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이 적용된다.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최소 침습 척추 내시경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절개 범위를 줄이고 고화질 내시경을 활용해 통증과 회복 부담을 크게 줄이는 기술이 도입돼 환자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한양대학교 교육협력병원 센트럴병원 권진원 척추통증센터장은 “거북목과 일자목은 단순한 체형 불균형을 넘어 목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라며 “목이나 어깨의 뻐근함, 팔 저림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 진료를 받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생활의 일부가 된 현대인에게 거북목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단순한 자세 문제가 아닌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와 조기 진단이 건강한 목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