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시-영남대, AI로 할로겐 독성 재평가 “조건 따라 낮아질 수도”
기존 약물 설계에서 독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진 ‘할로겐 치환’이, 특정 구조와 조건에서는 오히려 독성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 칼리시(Calici)와 영남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 Briefings in Bioinformatics(2025년 7월호)에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플루오린, 클로린, 브로민, 아이오딘 등 할로겐 원자를 포함하는 화합물 중 1~3개의 방향족 고리(scaffold)를 가진 수천 개 구조를 대상으로, 간독성·심장독성 등 주요 독성 지표를 AI로 예측한 것이다. 그 결과, 아이오딘과 같은 일부 할로겐은 간독성과 심장독성을 낮추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두 개 이상의 할로겐을 포함하는 ‘다중 할로겐 치환’은 대사 안정성과 생리활성을 높여 독성 감소 가능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모든 약물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특정 구조에서 할로겐 치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할로겐 치환은 약물 분자의 안정성과 세포 투과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 대사 경로에서 독성 대사물이 생성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과거부터 설계 과정에서 회피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는 이런 전통적 설계 가이드라인에 조건부 예외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연구에 사용된 ‘HD-GEM(Hybrid Dynamic Graph-based Ensemble Model)’은 분자의 구조 정보를 학습하는 그래프 신경망(GNN)과 화학 특성 지문(descriptor)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AI 모델이다. 모델 학습에는 ▲데이터 불균형을 완화하는 SMOTE 기법 ▲변수 중요도를 분석하는 SHAP 기법 ▲모델 최적화를 위한 Optuna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논문에 따르면 HD-GEM은 간독성 예측에서 AUC 0.92, 심장독성 예측에서 AUC 0.90을 기록해, 기존 공개 예측 도구(ProTox, ADMETlab 등) 대비 약 5~8%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교신저자인 이진태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AI 신약개발 플랫폼 ‘Pharmaco-Net’의 독성 예측 기능을 신장독성, 돌연변이 유발성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AI가 약물 설계의 안전성 평가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경상북도 의성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칼리시는 미국과 한국에 거점을 둔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독성 예측·물질 발굴·약효 분석 등 전 임상 단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