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로보틱스, ‘일 잘하는 로봇’ 물류센터 투입
전자상거래 급증에 물류 인력난 심화, 오더피킹 자동화 절실
기존 로봇 vs AI 로봇, 높이 조절·학습 능력으로 격차 벌려
AI 비전·학습 기능 탑재로 수만 가지 상품 정밀 처리 가능
챗GPT가 등장한 지 3년이 되어 가는 지금, 인공지능(AI)은 이제 화면 속을 벗어나 현실로 걸어 나오고 있다. ‘피지컬 AI(Physical AI)’라 불리는 이 새로운 흐름은 AI가 로봇에 탑재돼 실제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전장이 바로 물류센터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오더 피킹 로봇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 피지컬 AI 혁명, 물류 자동화의 새 지평을 열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에서 시작해 이제는 로봇의 팔다리가 되어 움직이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RT-X’, 테슬라의 ‘옵티머스’, 오픈AI의 로보틱스 연구까지, 글로벌 AI 기업들이 앞다퉈 피지컬 AI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공통 목표는 명확하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실제 세계에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물류 산업은 이런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상거래 급성장으로 주문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여전히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오더 피킹’ 작업이 병목구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키바 로봇을 도입한 이후 물류 자동화가 크게 진전됐지만, 정작 상품을 하나씩 골라 담는 마지막 단계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단순히 일손이 부족한 것만이 아니다. 요즘 물류센터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함을 요구한다. 한 창고에 수만 가지 상품이 쌓여 있는데, 화장품 하나부터 대형 가전제품까지 크기도 제각각이고 재질도 플라스틱, 금속, 직물 등 천차만별이다.
더 까다로운 건 작업 환경이다. 비용 절약을 위해 통로는 점점 좁아지고, 공간 활용을 위해 선반은 층층이 높아진다. 이런 곳에서 로봇이 사람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며 정확히 물건을 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아무리 첨단 로봇이라도 이 마지막 단계만큼은 사람이 직접 해야 했다. 하지만 AI가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능력과 로봇이 정밀하게 움직이는 능력이 합쳐진 피지컬 AI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기존 한계 뛰어넘는 AI-로봇 융합 기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KETI, KITECH와 함께 개발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는 피지컬 AI의 핵심 개념을 구현한 사례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미리 프로그래밍된 동작을 반복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차원이 다르다. AI 비전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상품의 특성을 파악한 후 최적의 파지 전략을 수립한다.
기존 오더 피킹 로봇들이 정해진 높이에서만 작업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시스템은 엘리베이션 기능을 통해 3차원 공간에서 자유롭게 작업 위치를 조정한다. 여기에 AI 알고리즘이 상품의 재질과 형태를 실시간 분석해 흡착 또는 파지 방식을 선택하는 복합 그리퍼 기술이 더해졌다. 마치 숙련된 물류 작업자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학습 능력 역시 뛰어나다. 시스템은 작업을 수행하며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성능을 개선한다. 파지 실패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다음번엔 더 나은 접근법을 시도한다. 창고관리시스템(WMS)과 연동해 전체 물류 흐름을 최적화하는 것도 기존 로봇과의 핵심 차별점이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물류 운영 자체를 지능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실증 성공, 업무 효율성 혁신의 신호탄
실제 물류창고 환경에서 진행된 실증 테스트 결과는 피지컬 AI의 실용성을 입증했다. 피킹 정밀도, 시스템 응답 속도, 오작동률 등 핵심 지표에서 상용화 가능한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반복 작업에서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확보돼,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런 성과는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전체적인 업무 효율성 혁신으로 이어진다. AI 시스템은 피로하지 않고, 실수하지 않으며, 학습을 통해 계속 발전한다. 또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고 관리, 작업 동선 최적화, 예측 정비 등 물류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한 명의 작업자가 하루 처리할 수 있는 주문량을 로봇은 24시간 지속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정확도는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고하중 제품 처리, 협동로봇과의 연계, 3차원 공간 맵핑 등을 통해 적용 범위를 넓히고, 제조업 등 다른 산업으로도 피지컬 AI 기술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임정수 레인보우로보틱스 AMR 사업부 이사는 “AI가 로봇의 몸을 통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번 기술은 물류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업무 효율성을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