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암 위험’ 공식, 성별·폐경 따라 달라진다
국내 400만 명 빅데이터 분석 결과…맞춤형 암 예방 전략 필요
비만이 암 위험을 높인다는 통념이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성별과 폐경 여부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암종이라도 체형 지표와의 관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김성혜 교수와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약 398만 명을 평균 9년간 추적 분석해,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가 27개 암종의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캔서 커뮤니케이션즈(Cancer Communications, IF=24.9)’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자를 남성, 폐경 전 여성, 폐경 후 여성으로 구분하고, 체형 지표와 암 발생 위험 사이의 관계를 단순 선형이 아닌 ‘비선형적 상관관계’로 파악했다. 이를 위해 스플라인 곡선 등 통계 기법을 활용해 그룹별 위험 변화 양상을 입체적으로 추적했다.
이번 연구의 전체 대상자는 약 398만 명으로, 이 중 암 진단을 받은 인원은 24만 2,243명이었다. 또한, 남성은 13만 5,299명, 폐경 전 여성은 4만 662명, 폐경 후 여성은 6만 6,282명이었다.
남성은 허리둘레 클수록 암 위험 ↑…BMI는 ‘U자형’ 곡선
연구에 따르면 남성에서는 허리둘레가 커질수록 전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선형적 관계가 나타났다. 반면 BMI는 낮거나 높은 경우 모두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U자형 곡선’ 형태를 보였다. 특히 BMI가 25kg/m² 이상일 때부터는 암 발생 위험이 다시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폐경 후 여성은 남성과 유사하게 허리둘레가 증가할수록 암 위험이 높아지는 선형적 관계가 관찰됐다. 폐경 전 여성의 경우는 허리둘레와 BMI 모두에서 개별적인 위험 증가 경향이 달리 나타나 성별 및 생애 주기별 정밀한 해석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간·담도암은 고도비만, 폐암은 저체중에서 위험 증가
암종별로도 비만 지표와의 상관성은 상이했다.
간암과 담도암의 경우, BMI가 25kg/m² 이상이거나 허리둘레가 90cm 이상인 경우에서 암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비선형적 패턴이 관찰됐다.
폐암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남성에서는 BMI가 23kg/m² 이하일 경우 폐암 발생 위험이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 이상에서는 위험도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저체중인 사람일수록 흡연율이 높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폐암 위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에 비만과 관련성이 알려진 13종 암 외에도, 골수성 백혈병과 비호지킨 림프종 등 혈액암에서도 BMI·허리둘레 등 체형 지표와 유의한 관련성이 확인됐다.
“정밀한 암 예방 전략 필요”…고위험군 감시 강화 기대
연구팀은 단순히 ‘비만하면 암에 잘 걸린다’는 식의 일반화보다는, 성별, 폐경 여부, 암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암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혜 교수는 “다양한 암이 비만 및 복부 비만과 관련이 있지만, 성별과 폐경 상태 등에 따라 그 연관성의 양태가 달라 맞춤형 암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고 설명했다.
신동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맞춤형 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암연구재단(KFCR)의 제3차 암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향후 정밀 예방의학 기반의 건강관리 방안 마련과 보건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