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염색 없이 암세포 식별…한림대동탄성심병원, AI 담관암 진단 기술 개발
3D 영상으로 세포 내 지질 방울 분석…실험 기반 진단 정확도 98.6%
조직을 염색하지 않고도 세포 영상만으로 암세포를 구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경주·박세우 교수, 한림대 소프트웨어학부 허종욱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3차원 광회절단층촬영(3D Optical Diffraction Tomography, 이하 3D ODT)과 AI 기술을 결합해 담관암 세포를 자동 분류할 수 있는 진단 보조 모델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 급 국제 학술지 ‘Methods’ 2025년 6월호에 게재됐다.
병리 진단 분야에서 AI 기술의 도입은 인력 부족과 진단 정확도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상 기반 정량 분석과 AI 모델링을 결합한 방식은, 디지털 병리 진단 시스템의 정밀도와 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연구팀은 암세포 내 ‘지질 방울(Lipid Droplets)’의 정량적 변화, 즉 에너지 저장, 세포막 구성, 스트레스 반응 등에 관여하는 이 소기관의 부피·밀도·분포 차이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가진 지질 방울을 3D ODT 영상으로 시각화하고, 합성곱신경망(CNN) 기반 AI 모델을 통해 자동 추출·분석함으로써 담관암 세포를 식별하는 진단 보조 모델을 구현했다. AI 학습에는 담관암 세포주(SNU1196, SNU308, SNU478)와 정상 담관 세포(H69)가 활용됐으며, 약 9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단일 이미지 기반 정확도는 93.8%, 지질 방울 정보를 포함한 다중 모델은 97.9%, 다각도 영상 융합 기법(Multi-View Score Fusion)을 적용한 최종 모델은 98.6%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했다.
기존 병리 진단은 조직을 채취해 염색한 뒤 수작업 판독을 거치는 방식으로, 수일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이번 기술은 세포 영상만으로 암세포를 실시간으로 분류할 수 있어, 병리 진단의 효율성과 속도 개선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경주 교수는 “지질 방울은 암의 침습성이나 약물 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사 지표”라며 “이번 기술은 암세포의 대사적 특징을 반영한 정밀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AI가 염색 없이도 세포 수준에서 암세포를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게 돕는 이 진단법이 빠른 임상 판단과 치료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은 2024년에도 동일한 AI+3D ODT 기술을 기반으로 췌장암 세포와 정상세포를 분류하는 AI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해당 연구는 SCIE 급 국제 학술지 ‘Computer Methods and Programs in Biomedicine’ 2024년 4월호에 게재됐다.
이처럼 염색하지 않은 세포 영상만으로 암세포를 분석하는 AI 기술은 향후 다양한 암종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정밀 의료형 플랫폼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는 염색 없는 영상 기반 병리 진단의 실현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AI 기반 정밀 의료 플랫폼 기술로의 확장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세포주 기반의 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환자 조직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검증과 의료기기화를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