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화상이나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에 사용되던 고압산소치료(HBOT)의 인프라가 최근 국내 병원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응급·중증 치료에 주로 활용되던 고압산소치료가 외래 환자나 회복 중심의 치료 모델에도 적극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의료계 안팎에서는 향후 웰니스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은 이달 고압산소챔버 3호기를 추가로 도입해 기존 1·2호기와 함께 최대 36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 시스템을 완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도입된 3호기는 외래환자 전용으로 운영되며, 11인승 환자용 챔버와 격실로 분리된 의료진 공간이 함께 구성돼 안정성과 치료 효율성을 높였다. 병원 측은 “치료 수요 증가에 따라 외래 중심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이 최근 추가 도입한 고압산소치료 챔버 3호기 통제실 모습 /사진 제공=한림대한강성심병원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허준 병원장(고압산소치료센터장)은 “고압산소치료는 난치성 조직괴사나 화상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인 기술로,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번 3호기 도입을 통해 더 많은 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고압산소치료의 접근성을 높여 국민 건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고압산소치료는 고농도의 산소를 2~3기압 수준의 고압 환경에서 마스크를 통해 흡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산소가 혈장에 직접 용해돼 손상된 조직의 회복과 신생혈관 형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 감압병(잠수병), 당뇨발, 돌발성난청 등에는 이미 치료 효과가 입증됐으며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지난해 7월 고압산소치료센터 개소 이후 현재까지 8,400건 이상의 치료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최근 1~2년 사이 국내에서는 고압산소치료 인프라를 확충한 병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2023년 경기 남부 지역 최초로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소했으며, 안양샘병원, 명지병원, 울산병원 등도 전신형 또는 다인용 챔버를 도입해 센터를 신설하거나 기존 설비를 확충했다. 특히 외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와 다수 환자가 동시에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의료기관들이 공식적으로 비의료 목적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고압산소치료 인프라의 확충이 단순한 응급 대응을 넘어 회복과 기능 재활, 경증 환자 관리 등 웰니스 접점의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본다. 실제로 외래 전용 챔버 운영, 경증 대상 치료 모델 강화 등은 고압산소치료가 더욱 일상적인 건강관리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고압산소치료가 피로 회복, 스트레스 완화, 피부 개선, 인지 기능 유지 등 비질병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으며, 일부 고급 주택과 호텔에는 ‘롱제비티 룸(longevity room)’이라는 이름으로 고압산소챔버가 설치되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고압산소치료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기능의학적 활용 가능성이 새로운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의료계는 고압산소치료의 역할이 응급 의료를 넘어 재활과 건강 증진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직 비의료적 활용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관련 인프라와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압산소치료의 쓰임새는 앞으로 더 다양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고압산소치료가 기존의 응급 중심 활용을 넘어, 향후 웰니스 확장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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