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플랫폼으로 상생 설계… ‘포용 금융’으로 역할 재정의
수익성보단 포용 앞세운 ‘디지털 플랫폼 3종’ 소개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포용 금융’을 전면에 내세우며, 금융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나섰다.
우리은행이 말하는 포용 금융은 데이터 기반 대출, 안전한 정산 구조, 무상 경영 지원 등을 디지털 기술로 구현해, 대출·정산·비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기존 금융 접근에서 소외되기 쉬운 기업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구조적 상생 전략에 있다.
10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은 △기업 전용 플랫폼 ‘원비즈 프라자’ △데이터 기반 협력사 자동대출 서비스 ‘원비즈 e-MP’ △판매자 보호 정산 시스템 ‘우리SAFE정산’ 등 3종 플랫폼을 공개하며, “말로만 하는 상생이 아닌,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진짜 상생을 실현하는 포용 금융의 본보기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의 존재 이유는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정진환 은행장의 말을 전하며, 단순한 금융상품 판매를 넘어 중소기업의 경영 흐름과 플랫폼 생태계에 은행이 직접 개입하는 구조적 상생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금리·한도 중심의 전통적 기업금융과는 달리, 비금융 데이터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기반 금융지원 모델로, 국내 은행권에서 보기 드문 시도로 평가된다.
세 플랫폼 중 가장 먼저 도입된 ‘원비즈 프라자’는 2022년 9월 출시된 디지털 공급망 금융 플랫폼으로, 단순 금융 상품이 아닌 중소기업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통합형 플랫폼이다. 구매 솔루션이 없는 기업에는 무상 솔루션을 제공하고, 여기에 법률·세무·복지·ESG까지 포괄하는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6월말 기준 원비즈플라자의 회원사는 7만 8천여 개로, 은행은 올해 안에 가입 회원사를 10만 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두 번째 플랫폼인 ‘원비즈e-MP’는 지난 6월 16일 출시됐다. 이 서비스는 구매기업과 협력업체 간 상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약·발주 데이터를 연동해, 금융지원부터 정산금 예치·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발주를 받은 중소기업은 제품 생산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은행으로부터 ‘우리CUBE데이터론’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별도의 담보를 제공할 필요 없이 제품 생산과 납품에만 집중할 수 있어,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최성민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부 공급망금융팀 차장은 항공 산업 사례를 들어, “전투기 생산에 필요한 아주 작은 부품 하나를 공급하는 협력업체가 도산할 경우, 완제품 생산 자체가 중단된다”며, “핵심 협력업체가 위기에 처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플랫폼인 ‘우리 세이프 정산’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정산 구조에 은행이 직접 개입해 셀러(판매자)의 대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PG사(결제대행사)와 플랫폼을 거쳐 셀러에게 대금이 전달되는 구조였지만, 우리은행은 이 과정에 직접 개입해 판매대금과 플랫폼 수수료를 분리 지급함으로써 정산 리스크를 줄였다.
이 세 가지 플랫폼의 공통점은 사용료나 기타 제반 비용이 없다는 것이다. ‘포용적 금융’이라는 대의 아래, 은행이 기존 수익 구조를 일부 포기하고 실질적 가치 제공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실제 간담회 현장에서도 “세 가지 플랫폼에 대한 수익성은 어떻게 담보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수익성보다는 포용 금융 강화가 우선인 사업”이라며,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 등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어렵거나 금융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의 포용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우리은행이 택한 길은 ‘디지털 기반의 구조적 상생’이었다. 플랫폼 전략이 실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체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또한 말뿐 아닌 포용적 금융의 실현이 가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