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로보틱스, 태국 의료기기 인증 획득…동남아 재활 로봇 시장 공략 본격화
보행 의도 인식 기술 탑재한 ‘엔젤렉스 M20’, 동남아 시장 첫 진출
웨어러블 의료 로봇 전문기업 엔젤로보틱스(대표 조남민)가 태국 식품의약품안정청(TFDA)으로부터 하지 마비 환자용 보행 재활 로봇 ‘엔젤렉스 M20(ANGEL LEGS M20)’의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TFDA는 태국 내 병원 유통 및 임상 활용을 위한 필수 절차로, 안전성과 기술 평가를 포함한 다단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회사는 이번 TFDA 인증이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공식 평가를 통과한 결과로, 엔젤렉스 M20의 정밀 보행 보조 기술과 제품 수준이 국제 기준에 부합함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동남아 재활 의료기기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태국 재활 로봇 시장은 2024년 약 260만 달러(약 35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연평균 18.7% 성장해 2030년에는 약 78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 전체 의료 로봇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6,000만 달러 규모이며,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향후 1억 7,000만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Mobility Foresights, 2024).
태국은 동남아 의료 허브를 표방하며 로봇 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의료기기 인허가 심사 절차가 길고 초기 투자 비용이 높아 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태국 내 의료기기 수입업체는 6,000여 곳에 이르며, 인증된 유통 채널과의 파트너십이 진출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trade.gov, 2023).
태국 재활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국 Ekso Bionics(엑소 바이오닉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부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수입 중심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엔젤로보틱스는 정밀한 물리적 보조력을 구현하는 국산 기술을 앞세워 제품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엔젤렉스 M20은 하반신 마비 또는 근력 저하 환자를 위한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회사는 사용자의 보행 의도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지해 실시간으로 보조력을 제공하는 기술이 핵심이자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힘의 크기와 방향을 섬세하게 제어하는 force-control 방식을 적용한 보행훈련 로봇으로, 환자의 자발적 보행 시도에 따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동작을 보완하는 알고리즘이 탑재돼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제품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국내 약 90개 기관에 총 125대 이상 도입되어 있으며, 전국 53개 재활의료기관 중 24곳, 9개 지체장애 특수학교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회사는 2025년 기준으로 총 11편의 관련 임상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대표 논문으로는 Sensors(2023)에 게재된 ‘Wearable Robot-Assisted Gait Training for Hemiparetic Stroke Patients’와 Journal of NeuroEngineering and Rehabilitation(2022)에 실린 ‘Effects of Powered Exoskeleton Training on Gait in Incomplete Spinal Cord Injury’ 등이 있으며, 전자 논문에서는 편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웨어러블 로봇 보행훈련이 보행 속도와 균형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됐다.
엔젤로보틱스는 이번 인증을 계기로 태국 유통 파트너사인 Blenus MED와 협력해 올해 하반기 첫 납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인접국에 대한 인허가 절차도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엔젤렉스 M20은 식약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로봇보행치료’ 항목에 해당하는 건강보험 수가(분류번호 사-130, 코드 MM304)를 적용할 수 있다. 즉,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험 청구를 통해 치료비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는 의료기기로, 이는 향후 제품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이번 태국 진출은 엔젤로보틱스가 동남아 재활 의료기기 시장에서 국산 웨어러블 기술의 실효성과 사업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증해 나가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남민 대표는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 재활 솔루션의 표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조기 시장 안착과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