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공공서밋 2025] 피어슨, AWS와 AI교육 혁신해 연 54조 원 가치 실현
피어슨 CEO “맞춤형 AI 교육, 학습성과 4배 향상”
韓 디지털교과서는 해외 기술 차단으로 경쟁력 한계
인공지능(AI) 기술이 교육 분야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교사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이며, 학습 효과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오마르 아바(Omar Abbosh) 피어슨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DC 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AI 기반 개인맞춤형 교육이 미국의 심각한 교육 위기를 해결하고 연간 400억 달러(약 54조 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피어슨은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교육서비스 기업으로 교재 출판부터 온라인 학습 플랫폼까지 평생학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아바 CEO는 교육의 AI 접목 사례를 15세 베리티(가명)라는 가상 인물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베리티는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수업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특히 과학 수업 참여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담임교사 나오미가 AI 교육 보조 시스템에 베리티의 상황을 문의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베리티의 과학 점수는 괜찮지만 수업 참여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자원봉사를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 공부가 미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AI 시스템의 분석이었다. 이어 “베리티는 미래의 의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구체적인 학습 경로를 제시했다.
이후 베리티는 AI가 제공하는 개인맞춤형 교육을 받으며 의학 공부에 집중했다. 대학에서는 지역 클리닉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과학 수업을 병행했고, 의과대학에서는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아과 의사 훈련을 받았다. 베리티의 모든 학습 과정과 기술은 디지털 기술 지갑에 기록돼 평생 학습을 지원했다.
◇ 피어슨, 모든 고등교육 도구에 AI 도입… 학습 성과 4배 향상
아바 CEO는 이날 발표에서 미국 교육의 심각한 현실을 공개했다. 미국인 5명 중 1명이 기본적인 문해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3000만 명 이상이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수학 실력은 지난 5년간 하락했다. 직업에 필요한 교육도 바뀐다. 2030년까지 직업 기술 65%는 AI와 기술로 바뀔 전망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적 손실이다. 그는 “학교와 직장 사이, 직업 간 전환의 비효율성이 미국 경제에 연간 1조 1000억 달러의 비용을 부과한다”며 “이는 전체 GDP의 약 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습에서 수익 창출까지의 기간을 단 몇 주만 단축해도 경제에 연간 400억 달러의 수익을 추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담하고 용기 있는 행동 없이는 기술 격차가 기술 심연이 될 위험이 있다”면서 AI 기반 교육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어슨은 2년 전부터 모든 고등교육 도구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작년 피어슨의 디지털 강의 플랫폼에서 AI 도구를 사용한 200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에서, AI를 활용한 학생들이 전반적인 학습 성과에서 4배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특히 학생의 약 3분의 1이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차원 인지 능력과 추론 기술을 보여줬다. 아바 CEO는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AI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단순한 성적 향상을 넘어 실제 학습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AI 교육 도구는 연습 문제 생성, 요약 제공, 대화형 튜터 기능 등을 제공한다. 영국에서는 고위험 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AI 기반 시험 연습 도구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이 도구는 학생들이 교재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안내하고, 즉석 피드백을 제공하며, 플래시카드를 통한 기억력 개발을 돕는다.
중요한 것은 AI가 학습 격차를 조기에 발견해 교사와 부모에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학생이 어디서 추가 도움이 필요한지, 어느 부분에서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 교사 부담 절반 줄이는 AI 도구
AI 혁신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변화를 불러왔다. 피어슨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43%가 수업 계획에만 매주 3시간을 소비한다. 아바 CEO는 “이 시간을 교실에서 학생들을 코칭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면 교육 효과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어슨이 개발한 ‘스마트 수업 생성기’는 글로벌 영어 교사들이 퀴즈, 연습 문제, 독해 과제 등을 몇 초 만에 맞춤 제작할 수 있게 해준다. 피어슨의 방대한 영어 콘텐츠 라이브러리에서 자료를 가져와 개별 수업에 맞는 교육 자료를 자동 생성하는 것이다.
가상학교인 ‘커넥션스 아카데미’에서는 K-12 학생 코칭을 위한 AI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도구는 적절한 학년 수준과 과목, 커리큘럼에 맞춰 객관식과 에세이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평가를 몇 분 만에 구성할 수 있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고 보고했다.
아바 CEO는 미래 교육의 비전도 제시했다. AI 에이전트와 도구들이 교사와 학생을 지원하고, 더 나은 학습 성과를 제공하는 고등교육 제품들, 그리고 개인의 전문적·개인적 여정을 돕는 디지털 지갑과 자격증명 관리 시스템이 통합된 생태계다.
그는 “학습은 단순히 학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삶을 계속 창조하는 방법”이라며 “AI는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기술 격차를 해결해 모든 사람이 번영을 달성하도록 돕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 피어슨, AWS와 교육 콘텐츠 향상… 韓 AI 디지털교과서는 이용 불가
피어슨의 AI 교육 혁신 뒤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기술이 있다. 피어슨이 만든 콘텐츠는 AWS의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번 세션에서 보여준 베리티 사례의 영상과 콘텐츠도 AWS의 아마존 베드록 위에 구축된 피어슨 내부 콘텐츠 생성 도구로 제작됐다.
아바 CEO는 “AWS 기술 덕분에 모든 제품에서 더 아름답고, 빠르고, 풍부한 시각적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피어슨은 밴더빌트 대학교 사례처럼 AWS 기반 AI 플랫폼을 통해 기업 라이선싱 비용 대비 5년간 최대 2500만 달러의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브 레비(Dave Levy) AWS 전 세계 공공부문 담당 부사장은 “피어슨과 AWS의 협력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위해 학습을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접근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에선 AWS의 기술을 이용하기 어렵다. 한국도 AI 디지털교과서 등 공교육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지만, AWS를 비롯한 외산 클라우드 업체는 규정상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중’ 등급 이상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AWS는 하 등급을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에 AWS 등 이미 성공 사례가 있는 기술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계속 제기해 왔다.
한 에듀테크 기업 대표는 “이미 해외에서 성공 사례가 있는 플랫폼과 기술을 이용하면 그만큼 비용과 노력을 감소할 수 있다”며 “해외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잘 만든 콘텐츠를 다시 해외에 수출하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너무 보안과 국내 클라우드 실적 향상을 위해 보수적으로 대응하기보단 잘 만든 기술을 활용하고, 이를 다시 우리 것으로 내재화해 수출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AI 기반 학생 개개인의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까다로운 검정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말 12개의 발행사들이 제작한 76종이 선정됐다. 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기 교육계와의 소통 부재 등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전면 도입을 유예하고 올해만 우선 학교 자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계획을 변경했다. 도입 대상은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다. 올해 도입 비율은 전국 약 1만 2000여 개 초·중·고교 대상 평균 32%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