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넘겼어도 끝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생존자 추적 데이터로 경고
병원 밖에서 심정지를 겪고 가까스로 생존한 환자 10명 중 4명이 퇴원 후 1년 이내 다시 주요 심혈관 질환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퇴원 후 3개월 안에 심각한 심장질환을 겪어, 생존 이후에도 집중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원영·김상민 교수팀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병원 밖에서 심정지를 겪고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3만 2,497명의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퇴원 후 1년 동안 주요 심혈관 사건(MACE) 발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41.6%인 1만 3,527명이 사망하거나 심부전, 뇌졸중, 급성관상동맥증후군·허혈성 심장질환 등으로 재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원 후 3개월 내 심혈관 사건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전체 주요 심혈관 사건 중 57.4%가 이 시기에 발생했으며, 뇌졸중은 70.7%, 심부전은 61%가 퇴원 직후 3개월 내 발생해 가장 위험한 시기로 확인됐다.
고령자와 여성 생존자일수록 위험은 더 컸다. 65세 이상 생존자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은 55.5%로, 65세 미만(29.3%)보다 2배 가까이 높았고, 여성 생존자의 경우 45.8%가 1년 내 주요 심혈관 사건을 경험해 남성(39.5%)보다 높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AHA) 발행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 IF 35.6)’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병원 밖 심정지 생존자의 장기 위험을 정량적으로 제시한 첫 대규모 분석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병원 밖에서 심정지를 겪고 생존한 환자들이 퇴원 이후에도 장기간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입증한 첫 대규모 연구”라며 “기존에 만성질환이 없던 환자라도, 심정지 이후에는 심장 기능 저하나 부정맥, 뇌 손상 등으로 인해 사망 또는 재입원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 대상자의 기저질환 수준을 나타내는 찰슨합병지수(CCI) 중앙값은 1점으로, 대부분이 중증 만성질환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심정지 자체가 큰 신체적 충격을 주며 위험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심정지를 이겨냈다고 해서 건강을 되찾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심정지 생존자는 퇴원 후에도 심장 검진, 재활 치료 등을 꾸준히 받아야 하며, 특히 첫 3개월 동안은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