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물결 위로 펼쳐지는 몽환적인 영상, 벽면을 가득 채운 LED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의 풍경. 과거 단순한 레저 시설이었던 호텔 수영장이 미디어아트와 만나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물의 유동성과 빛의 반사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몰입감은 수영장을 마치 '움직이는 전시장'처럼 변화시키며, 호텔들의 새로운 차별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 요구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공간의 감도(感度)'를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들, 특히 MZ세대는 호텔 선택 시 감각적인 공간 콘텐츠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KOTRA가 발표한 2024 트렌드 인사이트에 따르면, MZ세대 소비자의 74%가 '호텔 선택 시 감각적인 공간 콘텐츠를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호텔 인테리어 전문지 Hospitality Design이 발표한 2024년 분석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전 세계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 중 약 28%가 '미디어 기반 체험 공간 강화'를 포함하고 있어, 수영장이 단순한 부대시설을 넘어 휴식과 감성, 콘텐츠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호텔들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수영장 공간의 감도와 체험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

엔포드 호텔, 도심형 수중 힐링 공간 '라군 풀' 선보여
충북 청주에 위치한 엔포드 호텔은 지난 3월 리뉴얼을 통해 실내수영장 '라군 풀'을 미디어아트 기반의 체험형 공간으로 새롭게 공개했다. 약 1,000평 규모의 웰니스 부대시설 '어반오아시스(Urban Oasis)' 내 위치한 이 수영장은 감각적인 미디어 월과 몰입감 있는 조도 설계를 통해 도심 한가운데서도 시각적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사진제공=엔포드호텔

특히 주목할 점은 영상 연출 기법이다. 수영장 벽면의 대형 LED 아트 콘텐츠에는 OSV(Oddly Satisfying Video) 기법이 접목됐다. 반복적이고 정돈된 움직임과 부드러운 색감으로 시각적 안정감을 높이는 이 기법은 간접조명과 물결 효과와 조화를 이루어 고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일부 콘텐츠에는 특정 각도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아나모픽(Anamorphic) 기법도 적용해 공간의 몰입감을 한층 강화했다.

엔포드 호텔은 라군 풀을 통해 단순한 물놀이 공간이 아닌 '체류형 감각 콘텐츠'로서의 수영장을 제안하고 있다. 시즌과 테마에 따라 콘텐츠 연출을 유기적으로 큐레이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감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파라다이스시티, 스파에서 클럽까지 변신하는 미디어 공간
파라다이스시티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접근을 보여준다. 스파&워터파크 시설인 '씨메르(CIMER)'의 아쿠아 스파 존은 약 13,000㎡ 규모로 최대 2,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대형 실내 수영장 공간이다.

사진제공=파라다이스시티

이곳의 핵심 공간인 '버추얼 스파(Virtual Spa)'에는 세 면을 감싸는 대형 LED 스크린이 설치되어 계절과 콘셉트에 맞춰 자연 풍경이나 몽환적인 디지털 아트워크가 상영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운영 시간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낮에는 힐링 중심의 스파 공간이지만, 야간에는 음악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아쿠아 클럽(Aqua Club)' 형태로 전환되어 조명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파티형 콘텐츠 공간으로 연출된다.

안다즈 서울 강남, 도시 스카이라인과 미디어의 만남
안다즈 서울 강남의 '더 서머 하우스(The Summer House)'는 강남 일대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루프탑 분위기의 도심형 수중 공간을 연출한다.

사진제공=안다즈 서울 강남

전면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도시 전경과 함께 실내에 설치된 LED 미디어 월과 사운드 시스템이 시간대별로 변화하는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저녁 시간대에는 간접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진 퍼포먼스형 연출이 가능해져, 도시 야경과 함께 몰입감 있는 야간 수영장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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